[사설]리조트 붕괴 참사, 안전불감증 왜 못 고치나

  • 등록 2014-02-20 오전 7:00:00

    수정 2014-02-20 오전 7:00:00

코오롱 그룹이 운영하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내의 체육관 건물 지붕이 무너져 내려 10명이 숨지고 100 여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 당시 건물 지붕에는 폭설로 60cm 가량 눈이 쌓여 붕괴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부산외국어대 학생 500 여명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하던 중이었다. 시설물을 관리하는 마우나오션리조트나 대학 측 모두 이 행사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붕괴 사고의 위험을 예고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번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사고 전 날 경주 지역에는 수일 째 내린 폭설로 공장 등에서 유사한 붕괴 사고가 잇따랐고 행사 당일에는 사고 건물 지붕에 쌓인 눈의 추정하중(1제곱미터 당 150Kg)이 설계기준(1제곱미터 당 50Kg)의 3배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리조트 측은 500여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행사가 예정된 체육관 건물 지붕에 쌓인 눈은 치우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의 체육관 건물은 H빔을 연결해 철골구조물을 세우고 그 사이 외벽과 지붕을 샌드위치패널로 덧대는 방식의 공법(PEB공법)으로 지어져 애당초 화재나 붕괴에 취약했던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착공에서 완공까지 두달반 밖에 걸리지 않아 조립식 가건물 정도로 이해되지만 건축비가 싸고 공사기간이 짧아 주로 공장이나 물류창고용으로 활용된다. 어떻게 국내의 손꼽히는 재벌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리조트에 있는 수용인원 500명인 다중이용시설물이 그토록 허술하게 지어져 영업할 수 있는 지 놀라울 따름이다.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이용객의 안전은 소홀히 하는 악덕 상혼에 피해 학생들의 가족들은 물론이고 국민들까지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사고 건물이 지어진 지 5년이 다 되도록 안전진단을 한번도 하지 않은 행정 당국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제도상의 면적 기준에 미달해 안전진단을 하지 않았다는 변명은 구차하다. 행정 당국은 제도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안전에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며 만약 제도가 잘못이라면 그 것을 고쳐야 할 책임도 당국에 있다. 학생의 안전에 관한 한 대학도 마찬가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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