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오전 10시부터 정오를 넘긴 시간까지 진행된 청문회에서 옐런 지명자는 통화정책과 금융권 규제 등에 대해 현재의 연준 정책을 강력하게 옹호하며 기존 정책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특유의 자신감있는 어조와 우회적인 화법 등을 통해 청문회 내내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청문회가 끝난 뒤 그렉 롭 마켓워치 평론가는 “상원의원들이 옐런 지명자에 대해 매료된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주식시장도 이 시간동안 큰 변동없이 완만한 오름세를 이어갔다. 킴 코기 포레스트 포트피트캐피탈그룹 애널리스트는 “시장도 아마 옐런 지명자의 발언에 안도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거시경제와 통화정책, 금융시장, 금융규제, 재정정책 등 주요 분야별로 옐런 지명자가 내놓은 발언들을 정리한 것이다.
◇ “경기 회복세 취약..실질 실업률 더 높아”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옐런 지명자는 “지난 6년간 미국 경제는 어려움을 겪은 뒤 현재는 과거에 비해 분명히 더 강해졌고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7.3%인 실업률은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높은 실업률로 인해 미국 가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매우 강한 경기 회복세를 촉진시키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며 이런 점에서 연준이 앞으로 해야할 일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지속적으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비용보다 더 큰 혜택을 주고 있다”며 “물가를 안정적으로 통제하면서도 완전 고용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경기 회복세가 취약한 동안에는 부양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실질적인 실업률은 지표상으로 나타난 7.3%라는 실업률 수치보다 더 높다고 본다”며 “일부는 자발적인 구직활동 포기에 따른 것이고 일부는 노동시장 자체의 취약성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산층의 어려움과 소득 불균형의 해법을 묻는 찰스 슈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소득 불균형은 아주 심각한 문제로 이로 인해 미국에서 중산층이 삶의 기반을 잃고 있다”며 “소득 상위 10%와 1%에 소득이 집중되는 것은 우려스러우면서도 아주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는 기술적 변화와 세계화, 미국내 노조 활동 쇠퇴 등에 따른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으며 “이런 추세 자체를 바꿀 순 없지만 교육과 직업훈련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며 연준도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세를 회복시키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 자신이 브루클린 출신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 “양적완화 축소 일러..초과지준 인하도 가능”
이같은 경제 진단에 따라 기존 연준의 통화부양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혔다.
물론 그 역시 “양적완화는 영원히 지속될 순 없다”며 “우리도 이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인정했지만, ‘양적완화 규모 축소가 언제 시작될 것인가’라는 마이크 크레이포 공화당 상원의원의 질문에는 “양적완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성장이 충분히 강해야 한다”며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시사했다. 그는 “연준이 지켜보고 있는 것은, 경제 성장이 지속적인 진전을 촉진시킬 정도로 충분히 강한가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옐런 지명자는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특정한 시점을 미리 설정해두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매번 FOMC에서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양적완화는 고용 창출과 임금 상승, 소비지출 확대를 돕고 있으며 아직 금융시장 안정을 해칠 만한 리스크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여러 분야에서 자산가격에 대해 버블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자산가격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할 정도의 수준까지 갔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일축했다.
또 향후 초과지준 금리(은행들이 연준에 맡긴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연준이 지급하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마크 워너 민주당 의원이 초과지준 금리 인하 여부를 질의하자 “현행 0.25%인 초과지준 금리 인하는 과거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검토된 바 있으며 앞으로 확실히 채택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밝혔다.
워너 의원이 ‘초과지준 금리를 인하할 경우 은행들이 민간에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하자 옐런 지명자는 “연준도 이를 과거 검토했다가 인하하지 않은 것은 제로(0)까지 금리를 내릴 경우 단기자금 시장의 기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였다”고 설명했다.
◇ “자산버블 없다..시장의 포로 안될 것”
주식시장 등 자산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통화정책을 펴는데 있어서 시장에 끌려가진 않겠다는 의지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주식시장이 아주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통적인 주식가치 평가에 기초해서 볼 때 주식시장은 버블에 가까운 영역까지 가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딘 헬러 공화당 의원이 ‘그렇다면 지금 주식시장에는 버블이 없는가’라고 되묻자 “그렇다”고 확실히 답했다.
또한 ‘연준은 주식시장을 지지하는 역할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인위적으로 주식시장을 부양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옐런 지명자는 “연준의 정책이 자산가격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자산 버블 우려가 없는 상황이며 부양정책은 모든 미국인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저금리 환경은 리스크를 확대하는 시장 참가자들의 행동을 야기할 수 있으며 통화정책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배제하진 않겠다”면서 “ 또한 나중에 자산가격이 과도하게 급등할 경우 이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통화정책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준이 정책을 펼 때 금융시장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지만, 시장의 포로(prisoner of markets)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옐런 지명자는 “물론 우리의 발언이 시장에 잘못 전달되는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우리는 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점에서 가능한 한 분명하게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주택가격이 많이 뛰었지만, 대부분 피닉스와 라스베가스 등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크게 하락한 지역들이 이를 주도했다”며 “이 자체를 자산 버블로 보진 않으며 이는 시장에서의 논리적인 대응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임대사업을 위해 대규모로 주택을 사들이고 있긴 하며 우리는 이를 아주 면밀하게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모든 금융개혁법 이행 희망..연준 감사엔 반대”
금융권 개혁에 대해서도 옐런 지명자는 기존 정책에 동조하는 발언으로 일관했다.
그는 “바젤III 기준에 따라 미국 은행들이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확충하는 것은 지극히 중요한 일”이라며 기존 연준의 은행 규제에 대해 지지를 보였다. 이어 “대마불사(too big to fail)는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정책목표 중 하나”라며 “도드-프랭크 개혁법안 덕에 이에 대해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는 은행들의 자본 기준을 높였고, 은행들은 이를 더 높여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이빗 비터 공화당 의원이 ‘은행들의 레버지리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하자 옐런 지명자도 “모든 도드-프랭크 법안들이 이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옐런 지명자는 공화당이 추진하고 있는 의회를 통한 연준 감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연준은 전세계에서도 가장 투명한 중앙은행들 가운데 하나이며 나 역시 연준의 투명성이 강화되기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면서도 “다만 그러한 투명성이 연준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재정정책 걸림돌 없다면 성장률 높아져”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내놓으면서도 향후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동시에 드러냈다.
옐런 지명자는 “현재로서는 취약한 경제 회복세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재정정책에서의 걸림돌만 줄어든다면 경제 성장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잭 리드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동의하며 “단기적인 재정지출 삭감은 경제와 국내 수요 회복 모멘텀을 분명히 약화시켰다”고 꼬집다.
다만 “앞으로의 재정정책은 취약한 경제 회복세를 망치지 않도록 중기적 관점에서 재정적자를 줄여 나가는 노력할 것이며 이것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