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논란 毒or得? 경남은행 둘러싼 부산-대구 3차 大戰

부산은행, 이장호 부재는 최대 약점…결집된 민심은 장점
대구은행, 소리없는 잰걸음 시작
경남은행, 지역 상공인 주축의 독자생존 TF 4월부터 재가동
  • 등록 2013-06-19 오전 6:00:00

    수정 2013-06-19 오전 8:49:46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으로 분리매각이 유력 방안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알짜’ 지방은행인 경남은행을 두고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경남은행 인수전을 진두지휘하던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의 조기 사퇴와 이로 말미암은 관치금융 논란이 더해지면서, 지방은행 새판 짜기는 한 치도 예상 할 수 없는 국면을 맞고 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투 톱’으로 은행설립 당시부터 현재 경남은행 인수전까지 영원한 라이벌이었다. 자산 31조 3000억원의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각각 자산 74조 5000억원, 68조 5000억원의 덩치를 갖추게 된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자산이 지난해말 기준 63조 6800억원임을 감안하면, 인수에 따라 어느 하나는 외국계 시중은행 수준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셈이다.

부산은행의 경남은행 인수의 최대 약점은 탄탄한 인맥과 경험으로 경남은행 인수의 최적임자로 꼽히던 이 회장의 부재 상황이다. BS금융지주는 18일까지 후보 추천을 받아 이르면 이달 안에 차기 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BS금융지주는 오는 7~8월의 중간인사 시즌과 맞물려 행원급 인사도 회장선출 후 2주 내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행 인수전을 맡았던 지주 전략 부문의 인사 변동은 크지 않겠지만, 새 임원진 진용으로 인수전을 치러야 하는 점은 부산은행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의 이 회장 퇴진 요구로 지역민심이 하나로 결집된 것은 인수의 긍정적 영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일 국회 정무위에서 민병두 민주당 의원도 “부산은행을 실질적으로 오랫동안 관장하고 파워가진 사람 내보낸 것 아니냐”며 “그럼 누가 보더라도 경남은행을 대구은행에서 가져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구은행은 경남은행 인수전을 둘러싼 소리 없는 잰걸음을 시작했다. 대구은행으로선 일단 경남지역 금융권의 ‘맏형’으로 불리던 이 회장의 부재가 반사이익이 되는 상황이다. 다만 대구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게 될 경우 현 정부가 대구은행에 경남은행을 밀어줬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춘수 대구은행장은 최근 국회 창조금융 세미나와 금융위 공자위를 방문하는 등 보폭을 조금씩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은 여전히 지방은행 공동지주에 무게를 두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오는 26일 정부안이 나와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막상 경남은행 측은 인수 보다는 지역상공회의소와 함께 독자 생존안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경남지역 상공인이 주축의 경남은행 생존 테스크포스(TF)도 지난 4월부터 재가동되고 있다. 경남은행 노조 측은 아직 우리금융지주 매각 방안이 발표되기 전이라 자금 계획을 본격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업계에서 우려하는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 경남상공인과 재일동포자금 등 6000억원 이상은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3528억원의 공적자금도 지난해 말 기준 95% 상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는 설명이다. 경남은행 노조 관계자는 “재일동포의 70%이상이 경남도민으로 이는 해외자금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경남은행 매각은 단순히 금액이 아닌 지역 정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여론을 의식해 경남은행 인수는 철저히 최고가 기준으로 간다는 입장이다. 전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 사퇴에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정치권이 조 부원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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