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남산공원 분수대 옆에 식수된 와룡매 한 쌍.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약탈해간 창덕궁 와룡매의 후계목이다(사진=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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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벚꽃 명소인 서울 남산공원의 벚꽃이 4월 셋째 주 주말을 기점으로 지고 있다. 그러나 벚꽃보다 고매한 격조의 매화나무 한 쌍이 남산공원을 찾는 상춘객들을 반길 준비를 하고 있다. 게다가 그 매화나무에는 한·일 양국의 남다른 사연이 담겨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나무에 담긴 사연은 이렇다. 임진왜란 당시 창덕궁을 침탈한 왜군은 궁내에서 자라고 있는 매화나무를 한 쌍을 약탈해갔다. 매화나무의 기품이 마치 ‘용이 누워서 기어가는 것처럼 가지가 뻗어 나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 매화나무는 와룡매(臥龍梅)라고 이름이 붙었다. 와룡매는 흰매화가 피는 와룡백매와 붉은매화가 피는 와룡홍매로 구분했다.
두 그루의 와룡매는 1593년 일본으로 반출된 후 미야기현의 서암사(瑞巖寺 일본명 즈이간지) 앞뜰에 식재됐다. 이후 400년간 봄마다 꽃을 피우며 사찰을 대표하는 나무가 됐다.
와룡매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된 서암사의 129대 주지 히라노소죠 스님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이 조선의 인명을 살상한데 따른 참회로 후계목 반환을 결정했다.
이윽고 1999년 3월26일 안중근의사 순국 89주기를 맞아 안중군의사숭모회를 통해 서암사 경내 와룡매의 후계목을 한국으로 가져와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있는 남산공원 중앙분수대 옆에 식수했다. 400여년만에 고국으로 환국한 것이다.
서울시 중부녹지사업소 관계자는 “올 봄 유난히 추운 날씨 탓에 와룡매가 각각 1주일 정도 개화가 늦어져 금주에 만개할 예정이다“며 ”벚꽃 버금가는 와룡매를 감상하며 한일 양국의 우호와 평화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