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건축 아파트 50층, 35층은 무슨 근거인가

  • 등록 2013-04-04 오전 7:00:00

    수정 2013-04-04 오전 8:41:05

서울시가 엊그제 ‘한강변 관리방향’을 통해 지역별로 아파트 재건축때 허용할 층수를 발표했다. 즉 여의도는 50층 이상 초고층을 허용키로 했으며 잠실은 50층, 압구정동은 35층까지 각각 건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동안 일부 아파트 재건축 때 주민과 전문가들 사이에 층수를 놓고 적지 않은 갈등이 유발되어왔다. 따라서 서울시 방침으로 인해 갈등이 해소되면서 재건축 시행이 쉬워질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초고층을 허용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때 발표된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사실상 폐기한 셈으로 허용 층수가 다소 낮아진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한강변에 바로 인접한 첫번째 건물은 15층 이하로 짓도록 규정해 서울시민들이 한강과 남산을 보다 잘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바람직하다.

반면 서울시의 방침에는 몇가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무엇보다 지역별로 50층이나 35층으로 정한 기준 자체가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서울시는 이를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과 도시기본계획 등을 감안해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파트를 그렇게 높이 짓도록 허용한 근거는 약해보인다.

하루중 일정시간만 사용하는 오피스빌딩과 달리 아파트는 주민들이 24시간 생활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초고층 아파트는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더 크며 피난과 구제 방안이 별로 없다. 이런 탓에 35층 이상 아파트가 별로 없는 것인데 굳이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해주는 것은 문제다.

또 한강변 관리방향의 경우 조례 등 법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의 행정지시로 바로 시행되는 등 절차에 문제가 있다. 실패로 끝난 오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계획도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으로 추진하다 중단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100년 도시계획’을 담은 헌장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한강변 관리방향이 100년 계획에 반영되기에는 별로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박 시장은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박 시장이 연임하지 못하고 다른 시장이 들어오면 또 뒤집을 공산도 없지 않다. 오 전 시장의 경우 임기내 실적을 올리려는 과욕을 부리다 퇴임후 사업이 줄줄이 백지화됐다. 박 시장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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