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인하대 정외과 교수는 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총선에서 굴러들어온 잔칫상을 제 발로 걷어찼다”며 “진보당의 내홍이 계속되면 박 위원장이 대선에서 어부지리를 얻을 게 틀림없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민주노동당의 창당에서 진보신당과 분당에 이르기까지 정파 갈등의 기원과 종말을 다룬 연구서 ‘파벌’의 저자다.
정 교수는 “진보당의 부정 선거에 대해 99%가 비판적 여론”이라며 “서울 관악 을 여론 조작에 이어 비슷한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며 진보당 내부 체질에 대해 실망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진보당의 창당 과정부터 잉태된 것이라는 지적에 “보기 나름”이라며 “이정희 대표를 제외하고 대중성을 갖춘 스타 정치인이 없는 민주노동당과 조직 기반이 약한 유시민 대표 등 국민참여당계,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대변인 등 진보신당 탈당파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직전 민노당 분당 사태와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그 전보다 나은 상황”이라 낙관했다. 정 교수는 “2008년 민노당 분당 때는 중재자가 없는 치킨게임이었다. 이념 문제로 가버리니 조정 자체가 힘들었다”며 “지금은 과거 ‘NL vs PD’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제3자가 있다. 유시민 대표가 나름 중립적으로 조정하고 노력하면 막판 극적인 타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분당 가능성은 최대 30%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진보당은 총선에서 얻은 13석 중 비례 1석은 포기해야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희생과 헌신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이번 파문으로 대선에서 야권연대 위력이 사실상 소멸됐다는 분석에는 “시간은 아직 많다. 대선은 막판 1주일을 남겨둔 상황에서도 뒤집어질 수 있다”며 “진보당이 여름이 오기 전에 내부 수습을 마무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진보당의 차기 대선 구도와 관련, “이정희 대표는 치명상을 입었다”며 “당권파는 조직 기반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유시민 대표보다 심상정 대표나 노회찬 대변인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