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이 처음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할 때만 해도 "뒤통수 맞았다"는 반응이었던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는 회생절차 결단이 `묘수`였다고 판단하는 상황.
실제 자본잠식이 시간문제였던 대한해운은 이 선택으로 시간을 벌었다.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었던 용선료 지급 시기를 미룰 수 있었던 것. 하지만 해운업계에선 "무너진 신뢰 관계에 따른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법원, 회생절차 개시 결정..경영권도 지켜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지난 15일 대한해운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대한해운은 재무구조 악화의 주 원인이었던 용선계약을 해지하거나 용선료를 조정하는 등 자구 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대한해운은 6개월간 자구계획안을 만들고, 계획안 상으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초과하면 회생절차가 진행된다.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지만, 현재로서는 잃은 것이 별로 없다. 오너인 이진방 회장이 공동관리인으로 선임됐기 때문. 법원은 이진방 회장과 최병남씨를 관리인에 선임한 상태다.
보유 현금을 빠른 속도로 잠식시켜가던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지급 시기를 늦춘 점도 회사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요인이다. 대한해운의 채권채무는 회생절차 개시 신청과 함께 동결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한해운은 유상증자를 한지 한달여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 도의적으로 `너무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만 보면 발빠른 묘수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차피 대한해운은 자본잠식이 유력한 상황이었다"며 "경영권 또한 지킬 수 있으니 만족스러운 결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운업계에선 대한해운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전형적인 `배째라` 식의 결단을 내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해운 빚쟁이가 한국기업이 아닌 해외 선주들이란 게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한국 금융기관이라면 정부나 여론을 의식하면서 움직이겠지만 해외 선주들은 별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선주들이 상당히 격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미 신뢰 관계가 무너졌는데, 대한해운의 법정관리가 잘 진행될 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측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우리 해외 선주들은 강성으로 분류된다"며 "용선료 조정, 용선계약 해제 등을 논의해야 하는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어느 정도의 빚은 탕감이 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반드시 정상화에 성공하겠다는 게 회사측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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