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알파걸'로 지칭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여풍(女風)'을 주도해온 20대 대졸 여성들이 경제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알파걸'이란 '학업·운동·리더십 등 모든 분야에서 남학생에 뒤지지 않는 여학생'이란 뜻으로 2006년 미국 하버드대 아동심리학 교수 댄 킨들러가 명명한 호칭. 국내에도 관련 서적이 쏟아지면서 '마케팅'도 활발했다. 이전 세대와 달리 평등한 교육환경, 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남학생들을 앞질렀던 이들. 그러나 '그녀들'이 극한의 취업난 앞에서 생애 처음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 청년실업률은 지난해보다 1.4%포인트 증가한 8.7%로 2006년 이후 최악. 그중에서도 20대 대졸 여성들의 취업 문은 더 좁아졌다.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가 2008년 상장기업 350개 회사의 채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인원 1만3799명 가운데 여성은 20.1%인 2770명에 불과했다. 2005년 28.3%, 2006년 27.0%, 2007년 24.3%에 이은 최저치다.
좁은 취업 문을 뚫고 들어가서도 알파걸들은 좌절한다. 여전히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기업 환경 탓이다. 20대 여성의 이직률이 증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 초 발표한 '대졸자 직업이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5년 대졸자 중 졸업 후 18개월 사이 이직한 20대 남성의 비율은 27.1%인 데 반해, 여성의 이직률은 34.4%로 훨씬 높았다.
최근 '여대생의 직업세계 인식 실태조사'를 발표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신선미 연구위원은 "여대생들은 직업을 구할 때 장기적 커리어 개발을 고려하기보다는 흥미가 우선순위여서, 일이 생각보다 힘들면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경향이 크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20대 대졸 여성 취업률이 급감하는 근원적 이유는 '여성은 불평이 많고, 부려 먹기 힘들며, 배려해야 할 게 많다'며 채용을 꺼리는 기업문화다. 국가고시나 자격시험으로 입문할 수 있는 전문직종 분야에서만 '여풍'이 불고 있는 것이 그 증거. 함인희 교수는 "낮은 대우에도 불구, 취업문을 뚫고야 말겠다는 '생계형'과 시간을 가지고 실력을 쌓으면서 전문직종을 파고들겠다는 '신중형' 등 불황 속 여성취업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많던 알파걸이 대학 졸업과 함께 자취를 감추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