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이슈)원화 강세, 떨어지는 칼날은 아니다

전문가들, 박스권은 하향 이동할 듯..950원 지지여부 주목
추가하락 여부는 결국 `수급`..글로벌 모멘텀은 아직
일부 참가자 "당국 개입 여지 의문 제기"
  • 등록 2006-09-21 오전 7:03:00

    수정 2006-09-21 오전 7:03:00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달러/원 환율이 그동안 움직임을 고려할 때 전날 19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요 이평선과 추세선을 하향함에 따라 상승 기대심리가 다소 꺽인 모습이다. 20일 엔/원 환율이 달러/엔 환율 하락으로 810원선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 유료뉴스인 `FX플러스`를 통해 9월20일 오후 2시 26분에 이미 게재됐습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927원의 연 저점을 찍고 올라온 환율 상승의 힘이 약화되긴 했지만 방향을 틀어 아래쪽을 향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을 내놨다.우선 달러/원 950원, 엔/원 800원 지지여부를 먼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

환율이 940원대로 하락하더라도 다시한 번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글로벌 시장을 둘러싼 새로운 모멘텀이 없어 환율 움직임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도 950원 지지 가능성과 다음주 발표 예정인 8월 경상수지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 박스권 하향 이동..`추세 반전 모멘텀, 아직 없다`

원화를 둘러싼 대외여건이 크게 변하지 않아 급격한 하락세를 이끌만한 재료가 부족하다고 했다. 환율이 955~965원 사이에서 움직일 때와 대외 여건이 달리 바뀐게 없다는 것.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 역시 선반영된 측면이 강하다.

김재은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통화 절상 이야기가 각종 국제회의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지만 당장 방향성에 영향을 줄만한 파괴력 있는 재료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루의 급락으로 방향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이평선을 모두 뚫고 내려왔고 기술적으로 지지선, 추세선도 무너져 기존의 레인지에서 한 단계 하향 이동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955~965원 사이에서 움직일 때와 크게 환경 변화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선진7개국(G7) 회담에서 아시아 통화의 유연성을 강조했지만 지난 4월 발언보다는 약했고, 위안화 절상 가능성도 대부분 노출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까지 열릴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아시아 통화 약세에 대해 강한 조치 요구가 없을 경우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결과가 예상 수준에 그칠 경우 환율 변화에 모멘텀을 주기 어려워 보인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이 균형잡힌 발언과 기준금리 동결로 결론을 낸다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시장이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전까지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 원화, 문제는 `수급`

엔/원 환율과 관련해 엔 약세의 진행이 언제까지 갈 것이냐에 직면하고 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태국의 쿠데타로 달러 롱포지션을 구축했던 헤지펀드의 포지션 정리와 일본 수출업체의 매물 출회로 하락하고 있지만 엔화는 G7회담 이후 약세를 보이며 118엔을 넘나들었다.

또 일본의 금리인상 시기가 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고개를 듬에 따라 엔-캐리 트레이딩도 아직 건재하다. 반면 원화는 엔화와 비동조화되며 달러 공급 우위의 장이 되고 있다.

네고를 흡수하던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인들의 직접투자에 따른 달러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추석을 앞두고 네고 출회가 늘 것을 보여 공급 우위의 장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부 재료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어 수급논리에 따를 경우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현재 분위기로 보면 엔 약세가 추가로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달러/원의 경우 상승을 이끌 강한 수요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엔/원 관련해 전저점인 804원에 대한 경계감이 있지만 수급상을 봤을 때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것을 보인다"며 "950원선도 지켜지지 어려운 레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당국, 개입할까?

외환시장의 당국 개입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국환 평형기금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함에 따라 추가 개입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올해도 이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외평기금은 환율 급등락 방지 등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 운용되고 있지만 환율안정에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외평기금으로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실제 그 효과는 크지 않았고 오히려 손실만 증가해 현재 상황에서 외평기금을 이용해 방어에 나섰다가 보게될 손실을 책임지려 하겠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엔화 약세가 좀 더 진행되는 반면, 원화는 수급 영향으로 강세를 보일 경우 환율 상승 기대심리를 돌리는 개입이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편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 8월 경상수지 적자폭을 보고 달러/원 환율의 방향을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개입이 아닌 데이터에 따른 자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IMF 연차회의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등에 대한 결과 확인 전까지는 950원 지지를 두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조정은 가능하겠지만 방향은 좀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네고가 많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8월 경상수지 결과를 보면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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