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했다. 대신 당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상법 개정 카드를 꺼냈고, 민주당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정문 의원이 19일 대표발의한 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법안은 또 대형 상장사의 경우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숫자를 늘리는 내용도 담았다.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하고 이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나무랄 데 없다. 일부 기업은 쪼개기 상장, 올빼미 공시로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순 없는 노릇이다. 기업이 잦은 소송과 투기펀드의 경영권 간섭으로 경쟁력을 잃고 흔들리면 그 피해는 결국 주주 몫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업이 살아야 주주도 살고 경제도 산다.
자국 최우선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국내 주력 산업계는 닥쳐올 태풍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 마당에 우리는 도움은커녕 되레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우외환이 따로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인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상에 치우쳤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냉혹한 현실에 눈을 뜨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