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현지시간 5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될지는 예측불허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우위가 엇갈린다. 누가 이기든 글로벌 안보, 경제 지형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가 재등장할 경우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의 대미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기업이 공조해서 대응 시나리오를 미리 짜둘 필요가 있다.
돌발 변수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난 7월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 두 후보 간 극한 대립을 고려하면 투표일 전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결과에 대한 승복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2021년 1월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승부가 박빙으로 갈릴 경우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리스 후보는 대체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칩스법(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기업에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다. 우리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 한화큐셀 등이 대형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바이든의 정책을 확 뒤집을 태세다. 그는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 “10센트도 줄 필요가 없었다”며 “관세율이 아주 높으면 그들은 미국에 와서 반도체 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IRA에 대해선 “취임 첫날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재임(2017~2021년) 중 트럼프는 수시로 고율관세 카드를 꺼내든 전력이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미 대선이 통상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한국에 보편관세가 부과될 경우, 총수출은 약 222억~44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대선만큼이나 한국 정치도 안갯속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개헌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실정이다. 미국이 정권을 교체하는 민감한 시기에 우리가 내부 분열로 대응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미 안보·경협만큼은 여야가 국익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다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