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친딸이잖아"...성폭력으로 죽음 내몬 父의 기막힌 항변 [그해 오늘]

  • 등록 2024-09-05 오전 12:02:30

    수정 2024-09-05 오전 12:02:3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엄마, 끝까지 싸워줘”

유서에 친아버지 ‘박ㅇㅇ’의 이름을 적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모(21)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딸의 수목장을 찾은 어머니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그로부터 9개월 뒤인 2023년 9월 5일, 친딸 최 씨를 강제로 추행해 죽음으로 내몬 아버지 박모(58) 씨가 재판에서 한 말은 “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방청석에선 술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야유가 흘러나왔다.

최 씨는 2022년 1월 박 씨로부터 “대학생도 됐으니 밥 먹자”는 연락을 받았다. 박 씨는 20년 전 가정폭력 문제로 어머니와 이혼한 뒤 사실상 연락이 끊겼던 친부였다.

이날 박 씨는 최 씨를 자신의 집에 데려갔고 갑자기 신체적인 접촉을 시작했다. 속옷까지 벗은 박 씨를 보고 겁이 난 최 씨는 화장실로 피해 문을 잠그고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박 씨는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와 최 씨를 폭행했고,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통화가 연결됐던 언니의 전화기에 최 씨가 박 씨에게 “그래도 아빠 친딸이잖아, 내가. 아빠가 나한테 이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말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됐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박 씨가 범행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가 아닌 강제추행 혐의만 인정해 2022년 7월 재판에 넘겼다.

불구속 상태로 지내던 박 씨는 변호사를 통해 최 씨에게 “1000만 원에 합의하자”는 의사까지 전했고, 갈수록 고통이 커졌던 최 씨는 결국 같은 해 11월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 씨의 유서에는 “언론에 뜨지 않는 사건이라고 사법부는 눈길조차도 안 주는 걸까, 얼마나 피해자들이 더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리고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할까”라고도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1년 가까이 고통받던 최 씨가 숨진 뒤에야 박 씨는 판사 직권으로 구속됐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박 씨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범행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인정되고 피해자인 딸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클 뿐 아니라 용서받지 못했다”라면서도 “다른 성범죄 전력이 없고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에 징역 10년을 구형한 검찰과 박 씨 모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첫 재판에서 박 씨 측은 최 씨의 정신 병력을 언급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에 참석한 최 씨의 어머니이자 박 씨의 전 부인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최 씨 모친은 “딸이 아무리 죽었어도 그렇지, 정신병자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 이게 사람이냐”라며 “(친족 성폭력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형량이 더 높아야 될 것 같다. 수목장에 가서 애한테 ‘대신 내가 사과받아왔다’고 말하고 싶다”고 한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심도 “피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들과 함께 경찰 수사 과정에서 최 씨의 진술 등을 살펴보면 강제추행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기각했다.

1심 선고에 “내가 왜 유죄냐?”고 소리치며 소란을 피웠던 박 씨는 항고심 선고 직후에도 “나는 절대 그런 적이 없다. 이건 재판이 아니라 마녀사냥”이라고 외치며 반발했다.

박 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으나 대법원은 상고 내용에 항소심을 뒤집을 만한 사항이 없다고 보고 변론 없이 2024년 2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