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지배구조 옥죄기에 재계 우려…"모험투자 불가능"

재계에 밸류업보다 더 큰 충격 안긴 부스트업
재계 인사들 "기업 경쟁력 떨어져 주주들 손해"
  • 등록 2024-08-26 오전 5:00:00

    수정 2024-08-26 오전 8:17:19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정부가 증시 저평가 해소 차원에서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이 부스트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재계는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지배구조를 겨냥한 민주당의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경제단체 한 고위관계자는 25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민주당의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두고 “기업들은 탄탄한 지배구조 하에서 장기 투자를 고민하는데, 지배구조를 흔들면 기업 경쟁력 자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기업과 투자자들이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어떻게 부스트업이 되겠는가”라고 밝혔다. 기업의 장기적이고 과감한 경영 판단을 위축시켜 오히려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스트업 프로젝트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 △지배주주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위원인 이사의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확대 △상장사 전자투표 위임장 도입 의무화 등이 골자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 고위관계자는 “기업과 투자자의 인센티브 구조는 약간 다르다”며 “기업은 영속적인 생존과 경쟁력 강화이고, 투자자는 단기 수익률 극대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둘을 잘 조화시키는 게 관건인데, 지금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상당히 우려한다”고 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당시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코스피 75개사·코스닥 78개사)를 대상으로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한 ‘재검토’(44.4%) 혹은 ‘철회·취소’(8.5%) 답변이 절반 이상인 52.9%에 달했다. 부스트업은 이보다 더 큰 악영향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주된 반응이다.

분리 선출 대상 감사위원을 현행 1명에서 3~4명까지 확대하는 것은 특히 논란이다. 현재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 중 3명 이상을 감사위원으로 둬야 한다. 그 중 1명은 선출 단계부터 분리해서 뽑는데, 이때 최대주주 의결권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최대 3%로 제한하고 있다. 그 대상이 3~4명으로 늘어날 경우 외부 세력이 이사회를 장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은 의결권이 재산권”이라며 “재산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하는 건 상법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고위인사는 “기업인들이 모험 투자를 기피하는 방향의 법안들이 쏟아져 우려스럽다”고 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23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기업들의 활동에 부담되는 법안보다 도움되는 법안으로 지원하고 응원한다면 첨단산업 국가대항전에서 올림픽 선수 못지않게 메달을 따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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