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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친소 사연>
저는 남편과 대학 캠퍼스 커플로 만나 6년을 연애한 후 결혼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외동으로 자란 남편은 대학생일 때부터 자신 소유의 외제차를 몰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남편과 다르게 저는 공무원 집안에서 자라 어렸을 때부터 검소함이 몸에 밴 채 살았습니다.
결혼 후 남편은 공무원으로 일했고, 저는 전업주부로 가사와 육아를 했습니다. 남편은 제게 생활비로 매월 100만원 씩 현금으로 줬고, 남편의 월급이 200만원대였던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최대한 아끼며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어릴 적 씀씀이를 버리지 못하고 한 벌에 100만원 넘는 티셔츠를 사거나 200만원 넘는 운동화를 샀습니다. 남편에게 “그 돈이 어디서 났느냐”, “나한테도 월급 내역과 카드 내역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남편은 월급만으로는 자신의 소비 습관을 충족시키지 못해, 저 몰래 대출을 받아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거기다 저 몰래 주식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까지 봤습니다. 이 결과 살던 집의 평수를 줄여 이사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더이상 남편을 믿고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남편과 이혼하고 싶은데 제 경우에도 이혼이 가능할까요. 이혼한다면 남편의 빚도 제가 나눠서 갚아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단순히 사치와 낭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재판상 이혼사유가 인정될 수 있는데요. 사치와 낭비의 정도가 심하고 무절제한 카드 사용이나 고액의 채무 부담 등으로 가정경제를 위협하거나 부부 간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더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가 돼야 합니다.
사연은 남편이 사치 비용을 충당하려고 아내 몰래 ‘카드 돌려막기’까지 해가며 아내의 신뢰를 훼손하고 가정경제에도 큰 손해를 끼쳤습니다. 이 때문에 남편의 진지한 반성과 회복의 노력이 없다면 충분히 이혼이 가능해 보입니다.
-남편이 아내 몰래 한 주식 투자의 실패도 이혼사유가 될 수 있나요.
△주식 투자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를 했다가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혼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연 속 남편의 잘못은 아내 몰래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함으로써 아내의 신뢰를 훼손하고, 투자 실패로 결국에는 가산 탕진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요. 아내로 하여금 더이상 남편과 혼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도록 한데 있습니다. 남편에게서 어떠한 개선의 여지도 찾아볼 수 없다면, 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6호를 근거로 아내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연의 남편은 혼자 경제 관리를 하면서 투명하지 못했어요.
-남편의 재산 상황도 전혀 모를 텐데, 이혼 시 재산분할은 어떻게 되나요.
△법원을 통해 남편 명의 재산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혼의 소를 제기한 후 재산명시신청이나 사실조회신청 등의 방법을 통해 상대방의 재산을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이 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법원은 필요한 범위 내로 한정해 조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는 소를 제기할 때를 기준으로 해서 3년까지는 법원에서 조회 신청을 받아주고 있고요. 그보다 더 이전, 이후의 거래 내역이라 할지라도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밝히면 재판부 허가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이혼하면 남편의 채무도 나눠야 하는 것인가요.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하면서 청산한다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상 혼인 중 발생한 채무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혼인 중 발생한 모든 채무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부부공동재산의 형성, 유지에 수반된 채무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사연의 남편이 일으킨 채무는 혼인 중의 채무이기는 하나 남편의 사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사용됐으므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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