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두자릿수 오차전망…30년 만에 연속 대형오차
22일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세수오차(국세수입 실적과 본예산의 차이)가 연속으로 두자릿수 오차율을 낸 것은 1988년~1990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1998년(-13.3%), 2000년(14.1%)에도 두자릿수 오차가 발생하긴 했으나 이듬해 바로 한자릿대로 낮아지며 영점을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제예측이 힘들었던 2021년(17.8%), 2022년(13.3%)에 이어 올해도 이미 전년 대비 40조원 규모의 세수결손이 발생, 본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최소 10%대 오차가 예상된다.
|
세수추계는 거칠게 요약하면 세목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수출입, 부동산 거래, 에너지 가격 등 설명변수를 기반으로 하는 추계모형에 넣어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예산안과 함께 제출하는 ‘세입추계 분석보고서’에 세추 추계시 사용한 설명변수 및 주요 거시경제지표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 자료만으로는 정부가 어떻게 추계를 했는지 유추가 불가능하다. 또 정부의 세수추계에는 모형을 통해 반영이 어려운 이른바 ‘정성적 판단’을 포함하기에 더욱 유추하기가 어렵다.
최근 세수오차가 급격히 늘어난 데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 자산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법인세·소득세 등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고 누진제까지 적용되기에 오차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회예정처에 따르면 1990년대 전체 세수에서 평균 22.4%, 14.6%를 차지한 소득세와 법인세 비중은 2020~2022년에는 32.8%, 22.0%로 급증했다.
|
“공개 후 민간과 논의해야” vs “전문가 판단 없어져”
다만 기재부가 세수추계 관련 데이터를 모두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연이은 대형 세수오차 규모를 볼 때 기재부가 이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며,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공개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기재부는 세수추계 모델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며 “모델을 공개하면 이를 토대로 민간 경제전문가들이 활발히 연구해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학자는 “기재부가 세수추계 관련 데이터를 모두 공개할 경우 세입예산권을 빼앗기거나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세수 데이터 일체가 공개되면 관련 담당자 및 전문가의 ‘정성적인 영역’이 없어져 오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추계 모형 및 데이터셋이 모두 공개되면 이후 추계 담당자나 전문가 모두 정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전문가의 판단이 도외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갑자기 2분기 1조원도 안되는 영업이익을 내고 반도체 업황이 이렇게까지 안좋아질 것으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세수추계에 사용되는 경제전망 예측 실패에 대한 비판은 없는데, 세수오차만 지나치게 비판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기본이 되는 세수추계 모형은 공개할 수 있지만, 모형 전체와 데이터셋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떤 추계작업을 해도 ‘조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부분 때문에 건전한 논의보다는 정치적인 잡음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