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수급점검 회의에 공정위가 왜?

시멘트 가격 인상 억제 위한
정부 '무언의 압박' 해석도
"경쟁당국 역할 집중해야"
  • 등록 2023-08-17 오전 5:00:00

    수정 2023-08-17 오전 11:14:24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시멘트 수급 및 가격 점검회의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석하면서 사실상 시멘트 가격인상을 저지하기 위한 압박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관가와 시멘트·레미콘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18일 열리는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간 소통 간담회에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외에 공정위 경쟁정책국 실무진이 배석한다. 앞서 두 차례 열린 회의에서도 공정위 관계자들이 배석하자, 업계에선 “수급동향을 점검하는 자리에 왜 공정위가 배석하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간담회는 아파트 부실 보강, 집중호우에 따른 화물철로 유실로 시멘트 수급 우려가 나온 가운데 수급 점검과 시멘트업계의 가격 줄인상에 따른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6월 마련됐다.

앞서 지난 5월 쌍용C&E가 벌크 시멘트 가격을 t(톤)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성신양회는 7월 출하분부터 10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각각 14.1%, 14.3% 인상했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도 오는 9월1일부터 시멘트 가격을 약 13% 올리기로 결정했다.

아세아·한라·삼표시멘트는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가격 인상을 결정한 4개사가 국내 시멘트 시장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도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시멘트 업계가 판매대금을 후불로 받는 만큼 이미 가격을 올렸어도 원만한 합의로 재조정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 간담회에 공정위가 배석하게 된 것은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배석한 것은 시멘트 업계의 가격 담합행위 근절을 위한 정책구상이 목적이지만, 업계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한 무언의 압박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최근 금융권, 이동통신3사, 입시학원·출판사뿐만 아니라 치킨 등 외식업체, 라면까지 전방위 조사에 나서면서 경쟁당국이 아닌 ‘물가당국’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더욱이 시멘트 업계 간담회에도 참여하면서 담합 조사나 정책구상을 명분으로 물가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공정위 사정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비해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정위가 업무를 효율화하려면 경쟁당국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물가 당국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선 담합 사건에 집중하고, 가격 인하를 압박한다는 빌미를 제공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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