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연례 만남을 통해 EU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세부법령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등 양측 주요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이날 연례 한-EU 상품무역위원회를 열고 탄소중립산업을 위한 양국 정책·법안을 논의했다.
EU는 지난달 27일 CBAM를 발효하며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6개 업종 제품의 EU 내 반입 때 탄소 배출량을 제출하고 2026년부턴 일정 기준을 초과했을 땐 그만큼의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 EU 측에 제출토록 했다. EU로선 지역 내 기업이 탄소 배출량 감축 의무를 역외 탄소 다배출 제품을 수입해 해결하는 우회로를 차단하려는 조치이지만, 한국 기업으로선 EU 수출 때 부과되는 ‘탄소 관세장벽’의 역할을 할 수 있어 해당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상품무역위 한국 측 대표는 EU 측 대표에 CBAM가 발효한 만큼 실제 이행을 위해 세부 법령을 하루빨리 만들어 기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것을 요청했다. 또 수출국이 자국에서 이미 지불한 탄소 배출권 인증서 가격을 충분히 인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도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이 형성돼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이 탄소 배출권 구매 부담을 이중으로 지는 걸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측은 또 EU가 현재 법제화하려는 자국 산업 보호 성격의 법안들, 배터리법과 핵심원자재법(CRMA), 탄소중립산업법 등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이들 법이 역내·역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발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 등이 다분히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담아 우리 기업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요청이다.
EU 측 역시 우리나라 전기차 보조금 개편이나 해상풍력 관련 법령·제도 추진 현황 등 EU 측 관심사항을 한국 측에 전달하고 양측 관심사항에 대해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한-EU는 지난 2011년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하며 양국 교역량을 늘려 왔다. 양측 교역량은 FTA 발효 직전인 2010년 833억달러 규모였으나 지난해 1363억달러로 1.6배 이상 성장했다. 중국·베트남 시장의 급성장으로 EU 각 국가와의 교역 비중은 줄어들고 있으나 EU 전체로는 여전히 미국, 중국에 이은 3대 교역 대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측은 올 하반기에도 한-EU FTA 무역위원회 등을 통해 전반적인 FTA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