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환통은 40~105㎜ 대구경탄 등 탄약과 유도탄 관련 부품 등을 장기 비축하기 위해 여러 겹의 종이와 아스팔트를 겹쳐서 만든 보관·포장 용기다. 외부충격으로부터 탄약을 보호하고 습기·결로에 의한 탄약 부식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방사청은 3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와 풍산 등 4개 완성탄 제조업체들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 등의 제재안을 논의한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확정될 경우 해당 법인은 일정기간 공공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관련 업체들은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애초부터 잘못된 국방규격, 정부 검증도 안해
지난 2021년 8월 감사원은 ‘탄약 조달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1973년 국방규격 제정 이후 군에 납품된 모든 지환통이 국방규격과 다르게 제조됐다고 밝혔다. 국방규격은 알루미늄 포일 1개 층, 이중 크라프트지 2장, 아스팔트 크라프트지 1장, 아스팔트 6개 층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크라프트지 2장 중 1장 또는 2장이 일반판지로 대체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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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금까지 국방규격 대로 지환통을 제조한 적이 없고, 기술적으로도 국방규격 대로 지환통을 제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감사원 지적 이후 군 당국의 하자 조치 요구에 따라 지환통 제작 업체 2곳은 국방규격에 맞는 지환통 제조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국방규격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국방규격과 실제 제품과의 불일치 사실을 지환통 업체나 군 당국이 44년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전수 검수를 통해 기존에 납품된 지환통이 습기·결로에 취약하다는 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지환통 자체 품질에도 문제가 없고 포장된 탄약 또한 모두 사용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규격 면제’ 결정을 내려 기존 지환통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감사원, 정부엔 면제부 업체엔 ‘철퇴’
정부가 미군 규격을 단순 번역·도입하고 실제 이 규격대로 제조했는지 검증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책임은 업체 몫이다. 감사원은 정부에는 ‘주의’만 주고, 방사청에 완성탄 제조업체들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방사청 역시 마찬가지다. 감사결과 발표 이후 제재 조치를 2년여간 미뤄오던 방사청은 “현실에 맞게 국방규격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단, 완성탄 제조업체들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달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 여부와 별개로 완성탄 업체들에 손해배상예정액을 통보했다. 2016~2020년 4개 완성탄 업체가 가져간 납품액의 30%를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하라는 감사원 통보에 따른 것이다.
5년간 방사청이 4개 업체와 체결한 탄약 대금 중 지환통 대금은 94억 원이다. 만약 업체들 책임이 최종 인정된다면 배상액은 28억2000여 만 원 수준이다. 4개 업체가 계약 규모에 따라 나눠내면 된다. 하지만 방사청은 탄약 납품액 전채금액인 2295억 원에 대한 30%를 배상액으로 청구했다. 4개 업체에 총 688억5000만 원 규모를 통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법원에 채무 부존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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