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 구원투수 'e퓨얼'…업계선 갑론을박

내연기관차 퇴출 나서는 EU③
공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해 만든 e퓨얼
휘발유·경유처럼 내연차에 쓸 수 있지만
단점은 경제성…휘발유 가격의 4~5배
  • 등록 2023-04-10 오전 4:00:15

    수정 2023-04-10 오전 4:00:1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유럽연합(EU)의 퇴출 대상에서 ‘e퓨얼’이 살아남으면서 내연기관차가 당분간 전기차와 공존할 수 있게 됐다. e퓨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출 수 있지만 생산 비용이 높아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를 이산화탄소나 질소 등과 혼합해 만든 합성 액체연료로, e-가솔린, e-디젤, e-메탄올 등을 일컫는다. e퓨얼은 기존 화석 연료처럼 연소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럼에도 친환경 연료로 분류되는 이유는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만들 수 있어서다.

e퓨얼은 휘발유·경유와 성질이 흡사해 기존 내연기관차나 항공기, 선박 등에 그대로 주유해 쓸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체 입장에선 기존 생산 설비와 공급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완성차 강국인 독일이 e퓨얼을 친환경 연료로 분류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e퓨얼이 자동차 업계의 친환경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 주고 있는 셈이다.

칠레에 위치한 포르쉐의 e퓨얼 생산 시설.(사진=포르쉐)
독일과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을 선두로 세계 각국 기업들이 e퓨얼 생산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엑슨모빌과 같은 에너지회사부터 보쉬 등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관련 협의체인 ‘e퓨얼 얼라이언스’의 주요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포르쉐는 지난해 말 칠레에서 e퓨얼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칠레의 풍력발전 재생에너지를 수전해설비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자동차용 e-퓨얼을 생산하는 것이다. 올해 시제품 생산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5500만ℓ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는 자동차에 크고 무거운 배터리 탑재하기를 꺼리고 있어 대체 연료 개발에 적극적이다.

아우디는 이보다 앞선 2017년 e-가솔린과 e-디젤 등 e퓨얼 연구 시설을 설립해 연료 생산 및 엔진 실험을 하고 있다. 일본에선 도요타·닛산·혼다 등 대표 자동차 기업 3사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이퓨얼 등 합성 연료를 연구하고 있다. 현대차도 지난해 아람코 등과 함께 친환경 합성연료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낮은 경제성이 e퓨얼 상용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제조 비용이 높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e퓨얼의 ℓ당 가격은 주유소 휘발유 가격보다 4~5배 비싸다. e퓨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기차를 운행하는 것 이상으로 대량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문제다.

내연기관차가 e퓨얼을 사용하는지 혹은 화석 연료와 e퓨얼을 혼합해 사용하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환경단체가 e퓨얼 허용이 내연기관차 존속을 위한 꼼수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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