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속에 원·달러 환율의 역습이 가속하며 1월 2조2221억원, 2월 1조1057억원씩 삼성전자를 사들이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서로 감산에 나서며 반도체 업황 개선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도 챗GPT발 인공지능(AI) 경쟁 속에 잦아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4월까지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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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00원(0.33%) 오른 6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부터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으며 지난달 16일 6만3700원(종가 기준)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6만원선을 겨우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상승동력을 잃어버린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7.0원 내리긴 했지만, 1315.60원에 마감했다. 시장 예상과 달리 미국이 긴축에 나설 것이란 공포에 지난달 초만 해도 1220원을 오가던 환율은 한 달 만에 100원가량 올랐다. 환율이 오르면서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실제 외국인은 2월 첫째 주(6~10일) 4204억원을 사들인 외국인은 둘째 주(13~17일) 485억원 순매수로 사자세를 축소했고 이어 셋째 주(20~24일) 7702억원을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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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과 별개로 반도체 업황 개선의 속도 역시 지연되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이 59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5%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 7.8% 감소한 이후 감소 폭이 점차 확대했다. 40%대로 수출이 급감한 건 올해 1월(44.5%)에 이어 2개월째다. D램과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수요 약세, 재고 누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중장기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설비투자(CAPEX)를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하고,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차입했다. 감산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반도체 가격에 부담스러운 결정이라는 평가다. 다른 반도체 업체들도 챗GPT발 반도체 수요 확대를 기대하며 투자 계획을 선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남대종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전략은 반도체 업황의 개선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서 “재고에 대한 부담이 당분간 지속하면 하반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재정 인센티브 기준까지 고려한 계획을 재검토해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단기적인 불확실성에도 반도체 업황이 서서히 개선될 것이란 기대는 유효하다. 외국인 역시 이번 주(2월 27일~3월 2일) 1322억원 매도 우위이지만 삼성전자는 768억원 매수 우위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1557억원 사들이며 3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19배 수준인 삼성전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4월 초까지 주가 상승 모멘텀은 제한될 수 있지만, 하반기에 대한 기대는 유효하다”면서 “단기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