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확정되는 시점이 늦어질수록 대기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에 금리가 급격히 올라 이자부담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시간’이 곧 ‘돈’인 시행사들로서는 이자비용은 늘어난 반면 투자금 회수기간은 길어져 손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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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투자업계 및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이 확정 및 결정고시 되려면 일러도 올 연말이나 돼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시는 작년부터 영등포구청 및 서울시내 유관 부서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지구단위계획안을 보완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은 토지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해당 지역을 체계적·계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련하는 상위 계획을 말한다.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은 국제금융허브로서 여의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7번지 일대(약 1.3㎢)를 포함한 동(東)여의도 전 지역의 토지 용도지역, 용적률, 건축물 높이, 배치, 건축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서울시는 해당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지난 2019년 발주했다. 용역은 작년 3월 끝났지만 영등포구청, 서울시 등 유관 기관 및 부서가 협의해서 용역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면적이 총 112만㎡로 넓은데다, 그 모든 부지의 건축적 문제들을 종합 검토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며 “내부 인사이동으로 업무가 이관돼서 속도가 더 지연된 측면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명은 각각 ‘여의도 아크로 더원’과 ‘앙사나 레지던스 여의도 서울’이다. 여의도 아크로 더원은 여의도동 25-11번지 일대(옛 유수홀딩스 빌딩), 앙사나 레지던스 여의도 서울은 여의도동 23-4번지 일대(옛 NH투자증권 여의도 사옥)에 들어선다.
HMG는 지난 2021년 7월 여의도동 61-1번지 일대에 있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부지를 303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1년여 지난 작년 8월경 매도자를 물색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고,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신영은 지난 2019년 여의도동 25-1번지 메리츠화재 여의도 사옥에 투자했다. 거래금액은 1200억원(3.3㎡당 2200만원)이다. 신영이 직접 건물을 산 것은 아니고, 베스타스자산운용이 설정한 펀드에 지분(에쿼티) 투자한 형태다. 배당수익이 낮은 대신 매각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보통주에 투자했다. 해당 건물의 임대차계약 기간은 내년 7월까지로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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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및 자산운용사가 서울 여의도의 오래된 빌딩이나 나대지를 매입한 것은 오피스텔 등을 개발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서다. 여의도에는 금융회사들이 몰려있어서 직주근접을 원하는 직장인 수요가 많다. 오피스텔 ‘브라이튼 여의도’는 지난 2019년 3.3㎡당 4000만원에 분양했는데 인기를 끌었다.
현재 이 건물의 용적률은 535.98%, 용도지역은 일반상업지역이다.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일반상업지역 건폐율은 60%, 용적률은 800%가 법정 최대한도다.
하지만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을 증축 또는 신축할 경우 리스크가 있다. 신축한 건물이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에 맞지 않을 경우 각종 규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시행사들이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유다.
특히 HMG가 매입한 순복음교회 땅은 층수 제한이 있어서 고급 오피스텔 등 다양한 부동산상품을 개발하려면 용도지역 상향이 필수적이다. 현재 이 땅의 용도지역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7층 이하)이다. 이를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면 주거시설 뿐 아니라 업무·상업시설도 건축할 수 있고 더 높은 층수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또한 바로 옆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지(여의도동 61-2번지)에 공공임대주택이 건설될 예정이다. 게다가 인근에 63빌딩과 최고 40층 ‘여의도 금호 리첸시아’가 있어서 저층 건물을 지으면 시야가 막힐 수 있다.
다만 작년에 금리가 급격히 올라 이자부담이 커지다보니, 시행사들은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확정을 무한정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 시행사들이 분양을 미룰 경우 높은 이자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점도 뒤로 밀려 손해가 커진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이 너무 늦게 나오면 상품 개발할 시간이 촉박할까봐 걱정된다”며 “부동산 경기도 불과 몇 달 새 급격히 변해버린데다, 금리도 크게 올라버려서 기존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개발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