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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대차는 작년 9월 엔트리 SUV ‘캐스퍼’를 출시했다. 눈길을 끈 건 차뿐 아니라 판매 방식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를 채택한 것이다.
아마존,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온라인 직접판매(D2C)’로 눈을 돌리고 있다. D2C는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초창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D2C 온리’ 전략이 아닌 D2C를 허브로 하는 다채널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D2C 시장 규모가 2021년 1280억달러(약 168조원) 규모에서 내년엔 2130억달러(약 28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업체 인사이더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소비자 26억5000만명 가운데 64%(17억명)가 D2C 브랜드에서 정기적으로 직접 구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보다 1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고객 데이터 확보…독자 정책 통해 브랜드 강화
나이키는 2017년부터 D2C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워 아마존 입점 중단을 선언하며 자사몰 판매 비중 높여왔다. 프라다,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도 온라인 몰을 전격 오픈했다. 태생적인 D2C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D2C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엔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패션·뷰티 기업 APR, 국내 1위 레깅스 브랜드 젝시믹스 등은 D2C로 빠르게 성장한 국내 기업들로 꼽힌다.
인사이더인텔리전스도 “D2C 판매를 통해 브랜드는 마케팅 메시지를 관리하고 물류 비용을 낮추며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강점은 유통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아 소비자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고객 이탈 원인, 니즈 등을 분석하는 데 활용이 가능하다. 플랫폼에 내는 결제 수수료(10~30%)가 줄어드니 이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 나이키는 아마존을 떠난 뒤 영업이익이 더 크게 증가했다.
품질·가격만 따지지 않고 가치 소비를 하는 MZ세대가 소비의 주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도 기업들이 D2C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닝아웃(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된 MZ세대를 사로잡아야 하는데 브랜드의 철학과 메시지를 보여주기엔 D2C가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고객 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가 지난 5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의 66%는 자신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회사로부터의 구매를 중단했다. 88%의 고객은 브랜드가 명확하고 강력한 가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포용하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은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 D2C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해외 진출 거점으로도 활용
가령, 해외팬이 있는 엔터사가 자사 몰에서 굿즈를 넘어 음원이나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팔기 시작하면 D2C가 K콘텐츠의 주요 수출 통로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선 ‘D2C 온리’ 전략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나온다. 자사 몰 외엔 필요가 없다기보다 D2C를 허브로 오픈마켓, 소셜미디어(SNS) 등을 연동하고 모든 채널에서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게 핵심이다.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아크메드라비’의 경우 자사 몰은 데이터 기반 신상품 개발, 오픈마켓은 단기 매출 확대를 추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한다.
박 소장은 “브랜드 입장에서 D2C는 ‘베이스캠프’일 뿐 유일무이한 채널일 필요는 없다”며 “결국 다양한 채널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브랜드의 세부 전술”이라고 말했다.
쇼피파이, 카페24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의 등장은 기업들이 자사 몰을 구축하기 쉽게 만들었다. 빠르면 하루 안에도 쇼핑몰 제작이 가능하다. 카페24가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자사 몰을 만든 고객사(누적 계정 수 기준)는 200만개가 넘는다. 미국 자동업체 업체 테슬라는 쇼피파이를 통해 상품 판매 사이트인 ‘테슬라숍’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