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이 1년3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 긴축과 함께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향후 몇 년은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고물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많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연은에 따르면 소비자기대 조사 결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지난달(11월) 5.2%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추후 1년간 5%대 물가 상승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8월(5.2%)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직전월(5.9%) 대비 큰 폭 하락했다.
3년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의 경우 한달새 3.1%에서 3.0%로 떨어졌다. 5년 기대인플레이션(2.4%→2.3%)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중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치(2.0%)에 점차 근접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추후 1년(파란선), 3년(빨간선), 5년(금색선) 기대인플레이션. (출처=뉴욕 연방준비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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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동안 물가를 끌어올렸던 에너지, 식료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연은 설문 결과 추후 1년 휘발유 가격 상승률 전망치는 4.7%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목표치와는 아직 차이가 크지만, 직전월(5.3%)보다 낮아졌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1갤런(1갤런=3.8ℓ)당 3.262달러로 나타났다. 한 달 전 평균값(3.783달러)보다 0.521달러 내렸다. 근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0달러 초반대까지 내려와 있다. 이외에 식료품 가격 예상치(9.1%→8.3%) 역시 떨어졌다.
집값 하락 전망이 높아진 점도 기대인플레이션 완화에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1년간 주택 중위가격 변동률은 1.0%를 예상됐다. 전월(2.0%) 대비 급락했다. 2020년 5월(0.6%) 이후 가장 낮다. 연준 공격 긴축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택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다.
CNBC는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월가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정점은 찍었다는 관측이 확산하는 기류다.
그러나 정점론이 곧 물가 안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의 저물가와 비교하면 5%대는 초고물가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 연은 조사를 보면 인플레이션은 최소 5년은 지나야 연준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다.
게다가 물가 폭등의 주범 중 하나로 꼽혔던 렌트비(월세)의 추후 1년 상승률 전망치는 9.8%에 달했다. 한 달 전(9.9%)과 비슷했다. 가계소득 예상치(4.3%→4.5%)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 이는 기름값와 식료품비가 떨어져도 기조적인 고물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