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라는 인물을 오늘날의 록스타 바라보듯 느끼고 즐겼으면 좋겠어요.”(실베스터 르베이)
50여년간 함께 작업하며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 등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작품을 만들어낸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뮤지컬 ‘베토벤’으로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이번 작품은 월드 프리미어 공연으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막을 올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내년 1월 12일부터 3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15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 본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쿤체는 “유럽의 경우 베토벤은 신화와도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동시대에 그런 인물을 끌어온다는 것은 금기와도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며 “한국 관객들은 어떤 선입견도 없이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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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체는 “베토벤의 불멸의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베토벤의 음악 위에서 만들어야 했다”며 “베토벤은 위대한 작곡가이기 이전에 한명의 인간이었기에 외롭고 영혼의 상처가 많았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서 구원되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넘버 대부분은 베토벤 원곡을 토대로 작업했다. ‘비창’이 원곡인 ‘사랑은 잔인해(LOVE IS CRUEL)’,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노 소나타로 꼽히는 ‘월광 소나타’를 변주한 ‘매직 문(MAGIG MOON)’ 등이 무대에 울려 퍼진다.
르베이는 “음악 안에는 베토벤의 영혼,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 감정들을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도록 원곡들을 사용했다”며 “클래식 음악이 현대적 감성과도 만날 수 있는 지점을 많이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에는 박효신, 박은태, 카이, 옥주현, 조정은, 윤공주 등 톱배우들이 캐스팅되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르베이는 “박효신과 카이, 박은태와 같은 배우들은 우리에게 있어 최고의 아티스트”라며 “노래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보여주는 몸짓 하나하나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다”고 칭찬했다. 이어 “옥주현 등 여주인공들 역시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노래 부를 수 있는 배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며 “한국에서 첫 공연이 이뤄지는 게 행운”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베토벤의 음악에 한층 더 깊게 다가가게 됐다고 고백했다. 르베이는 “이번 작품의 음악을 작곡하면서 음 하나하나에서 베토벤이 어떤 영혼의 메시지를 담아냈는지 찾아보고 그것을 끌어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쿤체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베토벤이라는 인간을 굉장히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알게 된 이후에는 한음 한음마다 상처입은 영혼이 보였다”며 “이제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외로운 한 사람의 절규가 그 안에서 들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 이들이 작품을 창조할 수 있었던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쿤체는 “기본적인 이유를 찾아보자면 ‘뭔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라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게 하나의 동력이 되고 무엇보다 그것이 잘 성취됐을 때 너무나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마타하리’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프리다’ 등에 이어 EMK뮤지컬컴퍼니가 선보이는 다섯 번째 오리지널 작품으로 엄홍현 대표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독일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 ‘지킬앤하이드’ 등을 성공시킨 길 메머트가 연출로 참여하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등을 연출했던 왕용범이 협력 연출로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