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좀 팔아주세요”…매매 안돼 전세 돌려도 무소식

서울 아파트 매물 쌓이는 데 거래량 급감해
창동주공 60㎡ 9.9억→6.6억 급급매만 찾아
"금리 인상·경기 침체 우려…하방압력 지속"
  • 등록 2022-10-24 오전 5:00:00

    수정 2022-10-24 오전 5:00:00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수억 빠진 급급매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아요.”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거래가 실종되면서 매물은 쌓이는데 집값·전셋값은 하락하는 시장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3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5만9825건으로 지난해 말 4만5296건 대비 32% 증가했다. 전세매물 또한 지난해 말 3만1618건보다 44.3% 늘면서 4만5629건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데다 경기침체 우려, 집값 고점 인식에 집을 살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주인들이 거래절벽에 매매를 포기해 전세로 돌리고 세입자는 금리 부담에 월세만 찾다 보니 전세매물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9월 537건으로 지난해 말 1127건 대비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지난 7월 644건을 기록한 이후 3달 연속 500~600건대로 거래되고 있다.

잠실 엘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금리 부담 때문에 매수 문의도 드문드문 온다”며 “이전 호가 대비 수억 이상 낮은 급급매만 관심이 있고 그마저도 문의는 오지만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고 수억씩 조정된 급급매 가격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찾는 사람이 없다 보니 집값·전셋값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실거래가지수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 8월 기준 누적 하락률이 -5.16%에 달했다. 2006년 실거래가지수 조사 이래 연간 최대 하락률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지수도 누적 하락률이 -6.63%로, 2010년(-5.89%)을 넘어선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잠실엘스’ 전용 84㎡가 21억원에 팔렸는데 직전 최고가보다 6억원 내렸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84㎡는 지난해 9월 21억원에 팔렸지만 이달 초 15억원에 거래됐다. 도봉구 창동 주공19단지 전용 60㎡ 또한 올해 3월 9억98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달에는 3억3800만원 하락한 6억6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기조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어 수요자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한동안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연구위원은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큰 폭으로 하락한 급급매가 실거래가로 잡히고 있다”며 “내년까지 금리 인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여 이러한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금융부담과 집값 하락 전망에 수요자는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관망세가 짙다”며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와도 이미 집값이 하방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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