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불어난 증권사 PF…부동산 위축에 '조마조마'

증권사 채무보증, 5년새 14조 폭증
부동산 시장 침체일로에 PF 부실 위험 ‘빨간불’
신평사들 “부동산 PF가 신용등급 추락 뇌관”
  • 등록 2022-08-02 오전 6:00:00

    수정 2022-08-02 오전 7:20:55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신용평가사들이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증시 침체로 인한 실적 하락 기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PF 부담이 신용도 추락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2조836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 말 18조3461억원에 그쳤던 것이 최근 5년 사이 79%(14조4903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증가율(76%)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증권사 채무보증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상당히 높다. 부동산 개발 관련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에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증을 제공해왔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문제는 공격적인 금리인상과 경기 둔화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시멘트·철근 등 주요 원자재 비용 폭등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관리비용 부담이 과중해진 상황이다. 사업 지연이나 중단 우려가 높은 곳이 적지 않고, 현장에서는 공정률·분양률이 목표치보다 저조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공사 중단이나 미분양으로 이어질 경우 부동산 PF를 제공했던 증권사들은 공격적인 대출의 부메랑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반기 중 부동산 PF의 양적·질적 비중에 따라 신용등급이 내려앉는 증권사들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신용평가사들은 줄줄이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중을 신용등급 조정의 주요 모니터링 요인으로 올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미분양 해소가 지연되는 가운데, 추가 위축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증권사의 경우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과중한 부동산 익스포저가 증권사 신용위험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브릿지론(BL)과 중·후순위 대출을 보유한 증권사의 부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부동산 PF대출은 브릿지론과 본 PF 대출로 구성된다. 브릿지론은 토지 매입 및 공사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쓰이는데, 이 대출의 주요 상환 재원은 본PF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공사 중단 등이 발생해 본 PF가 이뤄지지 않으면 브릿지론을 제공한 증권사가 부실을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 또 일반적으로 선순위 대출은 최악의 경우 대출 채권 관련 자산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원금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중순위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기업평가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 20여개 증권사들의 브릿지론 익스포저 비중은 7조원 수준으로 전체 PF의 29% 수준으로 파악됐다. 브릿지론의 경우 변제 순위도 중·후순위 비중이 57%로 크게 높은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브릿지론 중·후순위 익스포저의 낮은 회수가능성을 감안하면 부실화 발생 시 재무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특히 양적 부담이 높은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현재 신용도에 맞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높은 위험관리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모운용사 대표는 “최근 수년 사이 당국이 부동산 PF 비중을 눌러보겠다고 비중이 높았던 곳을 집중적으로 잡았다”며 “그 사이 다른 증권사가 그 기회를 파고들어서 공격적으로 PF를 늘리는 바람에 결국 풍선효과만 일어났을 뿐 위험 관리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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