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러시아의 총성에 증시가 아비규환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번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을 옥죄고 있지만, 동학개미는 올 들어 코스피에서 나 홀로 9조원 가까이 사들였다. 과거 지정학 위기와 달리 단기 종전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상장사 이익도 꺾이는 양상이다. 무조건적인 ‘Buy the dip’(밀리면 사라)은 손실 위험을 키울 수 있어 변동성 지표와 인플레이션 장기화 여부를 유의하란 권고가 따른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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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종가(2622.40) 기준으로 보면 올 들어서만 11.9% 하락했다.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28.95를 기록하며 올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속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키운 탓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가는 국면에서도 올 들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7284억원을 사들였다. 기관은 5조8774억원, 외국인은 3조4706억원 팔아치웠다. 이 기간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국민주
삼성전자(005930)는 11.2% 하락했고, 이날 지난해 11월11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결국 6만원대로 내려 앉았다. 이어 개인 순매수 상위주인
카카오(035720)는 무려 18.1%,
NAVER(035420)은 19.6% 하락했다.
개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이후의 증시 상승 학습효과에 ‘줍줍’에 나서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환경이 이어지며 기업 이익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추정기관수 3곳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 224곳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29조147억원이다. 1개월 전(237조7398억원) 대비 3.67% 하향 조정됐다. 한국은 중간재 산업 비중이 커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긴 하지만, 지정학 불확실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울 현 시점에 단기 매매에 집중하는 것은 손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무작정 하락에 베팅하기보다 변동성 지표에 유의, 지정학적 위험 장기화 여부와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강도에 따라 업종별 옥석 가리기를 통해 저가·분할 매수에 나서길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