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가는데 내 껀 왜?"…빠른데 세밀해진 '미친' 순환매장

12개월 선행 코스피 EPS 3개월전比 4.1%↓
"이익 안 좋으면, 기본적으로 성장주+모멘텀 주식"
최근엔 가치주·과대낙폭주 양호한 날도
수익률 1위, 정보기술→미디어→은행 주마다 바뀌어
미디어 상위 5등 45.54% vs 하위 5등 -22.97%
  • 등록 2021-11-26 오전 12:20:00

    수정 2021-11-26 오전 8:02:19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이러한 국내 시장은 처음이지 않나 싶다”

국내 주식시장은 가는 종목만 가는 모멘텀 장세가 진행 중이나, 최근 들어선 이마저 무시되고 있다. 메타버스와 콘텐츠 등 최신 트랜드에 부합하는 업종이라도 하락 폭이 심한 날이 있고, 특정 테마가 오른다고 해도 그 안에서 종목 수익률 편차도 심하다. 개인은 따라가기도, 버티기도 쉽지 않은 장세에서 개인 이탈은 지속되고 있다.

*KRX미디어&엔터테인먼트 지수 하위 5곳 수익률은 마이너스(-)22.97%.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익 둔화…이럴땐 성장주·모멘텀 주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47% 하락한 2980.27을 기록했다. 지난 9월 27일 이후 3000 안팎에서 횡보 중이다. 지금의 국내 증시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성장주와 모멘텀 주식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전반의 성장이 부진할 땐 성장주는 희소가치를 인정받는다. 이익이 안 좋을 땐 기관 등 투자자들의 수급은 지수를 추종하기보단 개별 종목에서 초과수익(알파)를 내는 데 집중하게 된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코스피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삼성증권과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올 초에 전망한 것과 대비해선 32.3%가 증가했지만, 지난 3개월 전에 비해선 4.1% 감소했다. 1개월 전 대비해서도 2.2% 낮아졌다. 미래의 기업 이익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좋아지느냐는 기대는 주가의 핵심 변수인데, 기대치가 점차 낮아지고 있단 얘기다. 작년 코로나19 때의 충격 여파로 올 상반기까지 누린 이익의 기저효과가 내년 들어선 역 기저효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핵심은 코스피 기업의 전체적인 이익이 언제까지 떨어지느냐다”라며 “이익이 엄청나게 좋은 상황이라면 시장은 더이상 미래의 이익을 당겨오는 주식(성장주)이나 주도주(모멘텀 주식)에 기댈 필요 없이 지수를 추종하면 되는데, 이말은 거꾸로 이익이 안 좋다면 성장주나 모멘텀 팩터 위주의 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큰 흐름에서 봤을 때 이익이 돌기 전까지 지금처럼 빠른 순환매가 돌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별히 좋은 종목 없지만…힘겨루기 ‘팽팽’

다만 시계열을 한 달 내로 좁혀보면 성장주와 모멘텀 주식이 꼭 강세를 보이고 있진 않다. 반대로 가치주나 그간 오르지 못했던 과대낙폭주가 시장을 이끄는 날도 있단 얘기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WMI순수성장은 지난 10월 한 달간은 순수가치(실링 기준)의 성과를 앞지르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선 어느 한 쪽이 우세라기보단 힘겨루기가 팽팽한 모습이다.
(출처=에프앤가이드)
이달 들어 주도 업종이 지속되는 기간이 한 주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KRX 업종 지수 기준 11월 첫째 주 1위 업종은 정보기술(2.61%)이 차지했다. 둘째 주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6.14%), 셋째 주는 반도체(7.04%), 넷째 주(11월 22~25일)는 은행(1.32%)으로 각각 달랐다. 주도 업종 내에서 종목간 수익률 편차도 심하다. KR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지수는 이달 들어 이날까지 4.61% 올랐는데, 같은 기간 지수 내 수익률 상위 5개 종목(위메이드(112040), 넵튠(217270), 펄어비스(263750), 컴투스, 골프존(215000))의 평균 수익률은 45.54%인 반면, 하위 5개 종목(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제이콘텐트리(036420), SBS(034120), CJ CGV(079160), 카카오게임즈(293490))는 마이너스(-)22.97%다.

개인 투자자들은 의욕을 잃고 있다. 다음 테마업종이 무엇인지 좇는 것만으로 힘든데, 업종을 택해도 그 안에서 옥석가리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10월부터 코스피 개인 누적 순매수액 추이를 보면 7608억원으로 시작해 해당 월말 2조8302억원까지 쌓였지만, 이달 들어 축소되기 시작해 이날 5776억원까지 낮아졌다.
10월 초 이후 개인 투자자 코스피 누적 순매수액. (출처=대신증권 HTS)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가운데, 내년에 기업 실적이 올해를 상회하긴 어렵고, 금리도 오르는 등의 이유가 겹쳐 어떠한 테마나 스타일이 딱히 주도하는 것이 없다”며 “뒤집어 보면 특별히 좋은 종목이 없다는 얘기이며 현상적으로 이런 것은 아마 국내 주식시장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현란한 순환매장…액티브펀드는 ‘수익’

강 대표는 대안으로 2가지를 제시했다. 모멘텀 주식으로 빨리 따라붙든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 성장이 보이는 종목을 사서 버티든 지다. 주식 전문가가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영역이다. 현란한 순환매를 잘못 탔다간 상투에 진입해 손실을 입기 십상이고, 수익률 하락을 오랜 기간 견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액티브펀드들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수가 횡보하는 상황에서 알파를 찾는 본래의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3개월간 국내주식형 펀드 중 액티브주식전체 수익률은 0.74%인 반면 인덱스주식전체는 -0.66%다. 인덱스주식펀드 중 수익을 낸 펀드도 있는데, 5.82%의 인덱스주식섹터다. 인덱스를 따라 패시브로 분류되지만, 섹터를 추종하는 만큼 액티브의 성격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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