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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겨냥한 고발장 ‘봇물’…“후진적 정치가 화근”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 행동(사세행)’은 지난 22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현대자동차그룹의 이명박 전 대통령 소송비 대납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26번째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미 공수처는 사세행 고발장 중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의혹 등 4건을 입건해 수사 중인데, 현재 △장모 대응 문건 의혹도 입건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사세행이 범야권, 특히 윤 후보를 겨냥한 고발 행진을 잇고 있다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 연대(법세련)’의 경우 올해에만 범여권을 상대로 100여 건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법세련의 고발 대상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박범계·추미애 등 전현직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진욱·여운국 공수처 처·차장,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 등으로 대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범여권 인사들을 감시·견제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미 대한민국은 ‘고소·고발 공화국’
사실 우리나라의 고소·고발 오남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검찰과 경찰 등 국내 수사 기관은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간 매년 90만 건 안팎의 고소·고발을 접수했다. 2016년 88만6400건, 2017년 84만9222건, 2018년 89만5977건, 2019년 93만2044건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코로나사태에 따라 대외 활동이 줄었음에도 90만3895건에 달했다. 우리나라와 형사 사법 시스템이 유사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연간 검찰과 경찰에 접수되는 고소·고발이 많아 봐야 1만5000건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무려 60배가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고소·고발이 난무해도 실제 기소 송치 또는 기소로 이어진 건수는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법조계는 특히 일부 시민단체들이 진영논리에 따라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원인으로 우리나라의 ‘후진적 정치’를 꼽으며, 이에 대한 선진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의혹 또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공론화와 토론이 우선돼야 하지만, 이를 펼칠 정치적 ‘공공의 장’이 부족하다보니 보조적 수단인 고소·고발이 만능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사회적 의혹이나 갈등은 정치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정치가 후진적이다보니 사회적 분노나 불만을 분출할 통로를 찾지 못하고 고소·고발이라는 손쉬운 수단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치적 사안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이른바 ‘정치 사법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