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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엠씨넥스(097520)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민동욱 대표는 “그동안 휴대전화에 들어갔던 카메라모듈이 앞으로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로봇, 드론,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이 확대될 것이다. ‘레벨3’, ‘레벨4’ 등 자율주행차가 진화하는 단계에 따른 선행기술을 빠르게 확보해 관련 시장을 주도해 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모바일 1세대 엔지니어, 현대전자 ‘걸리버’ 개발 주도
민 대표는 우리나라 휴대전화 1세대 엔지니어다. 1997년 현대전자 이동통신단말기연구소에 입사한 민 대표는 이후 현대전자 휴대전화 브랜드 ‘걸리버’ 개발을 주도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모바일 영상통화 개발에 참여했다.
민 대표는 “2000년대 들어 ‘IMT-2000’(유무선통합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 흐름과 함께 국내외 휴대전화 업체들 사이에서 영상통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1년 반 정도 밤낮없이 연구·개발(R&D)에 매진한 결과 걸리버 제품에 관련 기술을 최초로 적용할 수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민 대표는 휴대전화에 영상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뒤 고민에 빠졌다. 당시 국내 유수 휴대전화 업체들은 여전히 카메라모듈을 소니와 샤프, 산요, 교세라 등 일본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민 대표는 “머지않아 휴대전화에 카메라모듈이 필수로 탑재될 것에 대비해 수입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나아가 휴대전화에 이어 자동차 등으로 카메라모듈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였다”며 “이런 확신이 들어 2004년 창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아픔도 있었다. 엠씨넥스가 201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얼마지 않아 최대 거래처인 팬택이 부도가 난 것이다. 민 대표는 “당시 팬택 부도 영향에 2011년 2153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이듬해 1703억원으로 줄면서 창사 이래 처음 실적이 역성장했다.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주가는 반토막 났다. 시장에서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며 “여기에 NEC, 카시오, 히타치, 산요 등 일본 거래처 역시 휴대전화 사업부를 잇달아 정리하면서 수출 물량도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고 말했다.
반전은 있었다. 창업 이후 계속 문을 두드려온 삼성전자로부터 희소식이 전해졌다. 엠씨넥스는 2011년 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협력사로 등록한 뒤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 물량이 2013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그 결과, 2013년 매출액 2972억원을 올리면서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멀티카메라 ‘붐’ 일면서 2019년 매출 ‘1조 클럽’ 입성
민 대표의 눈은 더 먼 미래로 향해 있다. 휴대전화에 이어 자동차, 로봇, 드론, 의료기기 등으로 카메라모듈 적용이 확대되는 상황에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엠씨넥스는 이미 자동차용 카메라모듈 분야에 선도적으로 진입, 이 분야 국내 1위와 함께 전 세계 시장 5위 자리에 올라 있다. 엠씨넥스 매출액 중 자동차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16.8%까지 늘어났다.
민 대표는 “현대자동차가 2005년부터 자동차에 카메라모듈을 적용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엠씨넥스는 이듬해 ‘오피러스’, ‘에쿠스’에 후방카메라를 공급하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처음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엠씨넥스는 현재 현대차·기아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그는 “앞으로 자동차에 ‘미러리스’ 등 더 많은 카메라모듈이 적용될 것이다. 자율주행차에는 최소 10개 이상 카메라모듈이 쓰일 것”이라며 “머지않아 열릴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영상기술은 난이도가 매우 높다. 여기에 적용한 기술은 로봇, 드론,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 영상기술과 함께 카메라모듈이 적용될 것이며, 엠씨넥스가 이 분야에서 선두업체로 올라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