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아도는 공공임대 아파트, 시장 현실 무시한 대가다

  • 등록 2021-09-30 오전 5:00:00

    수정 2021-09-30 오전 5:00:00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칭찬한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 공공임대 아파트(행복주택) 두 가구가 입주자를 못 구해 장기공실 상태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이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과 후임 장관 내정자인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대동하고 방문해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많겠다”고 한 바로 그 아파트다. LH가 몇천만원을 들여 추가 인테리어 공사까지 하고서 문 대통령을 맞은 두 가구 모두 아홉 달이 넘도록 비어 있다고 하니 쓴웃음을 금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공공임대 단지(동탄2 A4-1블록)가 통째로 공실인 것은 아니다. 해당 단지의 행복주택 1640가구 가운데 문 대통령이 방문한 두 가구를 포함한 49가구가 공실이다. LH는 단지 전체 공실률로 환산하면 3%에 불과하니 별 문제 아니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동탄 신도시는 미분양 아파트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그런 곳에서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고 신축 장점까지 가진 공공임대 주택이 일부나마 장기공실 상태인 것은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 아파트가 너무 비좁은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동탄 신도시의 행복주택 가운데 가장 넓은 것이 방 2개에 전용면적이 44㎡(17평형)이고, 원룸형도 많다. 그러나 요즘 신혼부부는 자녀를 하나만 둘 생각이어도 최소한 방 3개짜리를 찾는다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말한다. 교통여건과 상가시설 등이 미흡하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그보다 아파트 자체가 비좁아 불편한 것이 장기공실의 주된 이유라는 것이다. 동탄 신도시만이 아니다. 전국 행복주택 가운데 전용면적 50㎡ 이상은 공실이 거의 없는 반면 10~20㎡는 12% 이상이 비어 있다.

극심한 주택난 속에서도 공공임대 아파트의 장기 공실 사태가 빚어진 것은 정부가 공급 가구수 늘리기에 급급한 데 원인이 있다. 언제까지 몇십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식의 전시행정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수요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정책 당국은 이제라도 숫자를 앞세운 성과 홍보에 매달리기보다 서민들이 정말 살고 싶은 집, 편한 집을 만들겠다는 반성과 함께 각오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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