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최근 한 드라마에서 배우 박보검이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여자친구의 부탁 때문이었는데, 그와 동행한 남성 친구들까지 줄줄이 주사를 맞았다. 방송이 끝나자 포털사이트에 ‘자궁경부암’이 상위 키워드로 올라갔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남자도 맞아야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계기였다.
| 김미경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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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자궁이 없지만, 백신을 맞아야 한다니. 이 말을 들으면 놀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사정은 이렇다. 자궁경부암 감염은 여성 단독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궁경부암 바이러스로 불리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남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퍼져나간다. 결국 집단면역이 생기면 자궁경부암을 더욱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외에도 생식기 사마귀, 구강암, 항문암 등을 일으킬 수 있어 남녀 모두에게 필수적인 주사다. 드물기는 하지만 남성도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감염으로 항문암, 음경암에 걸릴 수도 있다고 알려진 만큼 남성에게도 필수 백신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남성의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해 많이 알려져 있다. 유럽 남성들은 이미 자궁경부암 주사를 대다수 맞고,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40개 국은 이미 여아 뿐 아니라 남아들도 자궁경부암 접종 대상으로 안내한다. 최근 국내 한 제약회사도 조세호, 유병재 등 남성 개그맨들을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다양한 오해와 진실이 있다. 특히 많이 받는 질문이 “성관계 경험이 있으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면 안 되냐”는 내용이다. 성관계에 의해 인유두종바이러스가 감염되기 때문에, 되도록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 백신을 맞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다. 하지만 성관계 경험이 있더라도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 예방하는 2~7가지 고위험군 바이러스 형에 모두 감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니 어쨌든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만약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가 있더라도, 백신을 맞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전에 감염됐던 바이러스 형이라도 현재 바이러스가 없어진 상태라면 백신으로 생성된 항체가 재감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접종기간 동안 성관계가 금기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접종기간 중 임신이 돼도 백신으로 태아 기형이 유발되지는 않는다. 다만 임신 중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접종기간 중 임신이 되면 나머지 접종은 분만 후 시행하도록 권고하기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