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분위기 배낭여행] ‘황금 온천’ 알틴 아라샨에 가다

키르기스스탄의 ‘황금 온천’ 알틴 아라샨으로의 여정
청록빛 보석 ‘알라쿨 호수’와도 가까워
  • 등록 2019-05-01 오전 12:08:47

    수정 2019-05-01 오전 12:08:47

키르기스스탄 알틴 아라샨의 모습. 저 멀리 눈에 덮인 팔랏카 봉이 보인다. (사진=공태영)


‘알틴 아라샨(Altyn Arashan)'은 키르기스어로 황금 온천이라는 뜻이다. 해발 25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알틴 아라샨은 저 멀리 설산 '팔랏카 봉(Peak Palatka)'이 보이고 가운데는 계곡이 흐르며 양 옆으로는 두 산맥이 마주보고 서 있는 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또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해발 3500m에 위치한 청록빛 '알라쿨 호수(Ala-Kul Lake)'가 있다. 키르기스스탄을 찾은 많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뺏는 ’핫플‘ 알틴 아라샨과 알라쿨 호수로 짧지만 가볍지만은 않을 여정을 한 번 떠나보자.

자연 한가운데 숨겨진 황금 온천 '알틴 아라샨'

알틴 아라샨으로 가는 출발점은 키르기스스탄 동부의 도시 '카라콜(Karakol)'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Bishkek)'에서 버스로 6시간 떨어져 있는 카라콜은 알틴 아라샨이나 그 주변 산맥으로 트레킹 및 캠핑을 가려는 여행자들이 찾는 일종의 관문이다. 이곳의 ’악틸렉 시장(Ak-Tilek Bazaar)‘에서 350번 버스를 타고 ’악수(Ak-Suu)' 삼거리에서 내리면 알틴 아라샨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서 알틴 아라샨까지는 총 15km,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올라가는 길은 차 두 대가 지나갈 만큼 넓은 흙길로 시작한다. 다양한 크기의 돌멩이가 길 이곳저곳 흩어져 있고 비 때문에 산 벽면에서 무너져내린 바윗덩어리들이 길의 일부를 막고 있는 부분도 있다. 돌멩이 때문에 처음에 발이 조금 아프지만 이내 익숙해지고, 계곡을 끼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자연 한가운데에 있다는 느낌이 점차 짙어진다.

걸어가던 길이 갑자기 시냇가로 변하기도 한다. (사진=공태영)


길가엔 들풀과 이름 모를 꽃들이 자자하고 계곡물은 시원하게 흘러내려간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뾰족뾰족 솟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말들은 풀밭에 앉아 자유롭게 풀을 뜯는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길 위에 냇가를 이루는 곳이 나오면 바위에 걸터앉아 간식을 먹으며 한숨 돌리고, 냇물에 발을 담가 열을 식힐 수도 있다.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다가 알틴 아라샨을 앞에 두고는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걷고 쉬고 걷고 쉬고를 반복하다 보면 비로소 언덕은 끝이 나고 아침부터 찾아 헤매던 바로 그 풍경이 눈앞에 넓게 펼쳐진다. 양옆으로 우뚝 선 두 산맥 사이로 계곡이 흐르는 좁은 지역이 보이는데 그곳에 열 채 남짓 돼 보이는 집들과 전통 가옥 ‘유르트(yurt)들’이 듬성듬성 흩어져 있다.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게 이해가 되는 모습이었다.

평화로운 알틴 아라샨의 늦은 오후. (사진=공태영)


마을 초입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황금 온천을 찾아 나선다. 이곳엔 무료 온천이 세 곳 있는데 말이 온천이지 물이 말라 있거나 야외에 노출된 채 관리가 전혀 안 돼서 몸을 담글 수 없는 곳이 두 곳, 나머지 한 곳은 그나마 들어갈 만하지만 한국의 온탕을 기대하기엔 물이 많이 미지근해서 온천 기분이 나지 않는다.

결국 숙소에 딸려 있는 유료 온천을 200솜(한화 약 3300원) 내고 이용하는 게 정답이다. 크기는 작지만 야외에 있는 무료 온천과 달리 실내에 있어서 물에 이물질도 없고 수온도 나름 따뜻한 편이다. 유황 온천에 비치된 바가지에 물을 담아 몸을 씻고 탕 안에 들어가 몸을 기대면 하루 동안 쌓인 고단함과 피로감이 싹 날아간다. 온천욕을 즐기고 건물 밖으로 나가면 계곡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늦은 오후의 해가 따스한 햇빛을 비춘다.

알라쿨 호수로 가는 길. (사진=공태영)


이렇게 높은 호수는 처음이지? '알라쿨 호수'

알틴 아라샨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의외로 분주하다. 이곳에서 약 5시간 거리에 있는 해발 3500m의 알라쿨 호수로 가려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여행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세수를 대충 마치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나서 숙소에서 챙겨주는 런치 박스를 챙겨 넣으면 호수로 떠날 준비가 끝난다.

호수로 가는 길은 대부분 오르막인데 시작은 완만한 편이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숲속을 헤치고 급류를 거슬러 오르다 보면 쌀쌀한 아침에 껴입었던 옷들을 하나둘씩 벗어야 할 만큼 땀이 난다. 길이 선명했다가 희미해졌다를 반복하며 꼬불거리는 동안 나무들은 점점 작아지고 계곡 물살도 약해지면서 고도가 높아지는 게 실감이 난다. 호수에 가까워질수록 만년설에 덮인 봉우리들이 한둘 보이기 시작하고 앞으로 뻗은 한줄기 길만이 선명해진다.

알라쿨 패스. 저 고개를 넘는 사람만이 알라쿨 호수를 눈에 담을 수 있다. (사진=공태영)


알라쿨 호수 코앞까지 오면 이제 마지막 관문만이 남아 있다. 바로 '알라쿨 패스(Ala-Kul Pass)'다. 눈으로만 봐서는 그저 자갈과 돌뿐인 경사면을 오르는 게 전부라서 어려울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막상 패스를 오르기 시작하면 쉽지 않다는 걸 직감하게 된다. 단단한 바닥 대신 밟을 때마다 흘러내리는 자갈과 돌멩이를 밟으며 올라가는 일은 시간과 힘 모두 배로 드는 고된 일이다. 몸의 중심을 잡고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두 손 두 발 다 쓰는 수밖에 없다. 무식할 정도로 가파르고 오르기 힘든 경사에 1시간 가량 매달리면 비로소 해발 3900m 패스의 정상에 서게 된다.

패스에 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수의 그 매력에 빠지고 만다. (사진=공태영)


패스 정상에 오르면 눈 아래로 펼쳐지는 짙은 청록색 호수가 바로 알라쿨 호수다. 카메라 앵글에 한 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길게 뻗은 호수는 죽을힘을 다해 패스를 올라온 고생도 잊고 사진부터 찍게 만든다. 호수의 물빛은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푸르고 깊어 보인다. 거기에 주변 산맥들이 어울리면서 빚어내는 장관에 취해 있다 보면 패스에 부는 세찬 바람에 체온이 떨어지는 줄도 모른다. 올라온 고생에 비해 머무는 시간이 짧아 아쉽긴 해도 두 눈에 직접 알라쿨 호수를 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성공적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다시 내려가야 하는 두 다리에겐 미안하지만 말이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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