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해 공개한 iOS 업데이트 버전의 ‘실시간 듣기’ 기능이 도청 기능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티즌들은 이 기능을 켜기만 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에어팟만으로 단말기 주변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고 녹음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들은 소리, 도청일까? 팩트체크 해봤다.
회의 내용 안 놓치고 화장실만 잘 다녀와
아이폰 ‘실시간 듣기’ 기능을 켜고 에어팟을 꽂으면 단말기 주변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이 기능은 애플이 지난해 12월 iOS 12.1.2 업데이트 버전을 공개하면서 새로 탑재한 기능이다.
애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기능은 청력에 장애가 있는 이용자를 돕는 보청기 역할로 만들어졌다. 에어팟이 소리를 전달하는 원격 마이크가 돼 시끄러운 방에서 대화를 들을 수 있으며 방 건너편에서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며칠 전 김정민(26, 여) 씨는 에어팟 실시간 듣기 기능을 사용해 봤다. 그는 “회사에서 쉬는 시간에 호기심이 발동해 한번 사용해봤다. 처음에는 멀리서도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서 신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누군가 내 말을 몰래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 사생활이 침해받는 것 같았고 무서웠다. 이 기능이 활발히 사용된다면 다른 사람과 기분 상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 굳이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우려
하지만 이렇게 도청으로 들은 것은 위법이 될 수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에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에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당사자끼리 녹음을 하거나 듣는 것은 상관없지만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듣거나 녹음을 하는 것은 엄연히 위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