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20만원 이자로…가계 이자부담 '역대 가장 큰폭' 늘어

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
가계 월평균이자 첫 10만원 돌파
작년 동기보다 평균 26% 급증
은행권 대출 문턱 높아지면서
취약계층 대부업체 등에 내몰려
'통계표본 늘린 착시효과' 시각도
  • 등록 2018-08-26 오전 6:00:00

    수정 2018-08-26 오후 7:19:06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내 가계가 은행 대출 등 이자를 갚는데 매달 지출하는 비용이 사상 처음으로 1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는 120만원이 넘는 돈을 이자만 갚는 데 쓰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이자 비용 증가 속도가 역대 가장 빠른 수준이어서 빚 상환 부담에 따른 소비 제약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가계 이자비용 月10만원 돌파…증가폭 역대 최대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현재 국내 가구의 이자 비용(원금 제외) 지출액은 월평균 10만2991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만1399원)보다 26.5% 급증했다. 가구당 월 이자 지출액이 10만원을 돌파한 것은 2003년 통계 조사 이래 처음이다. 가계가 매년 124만원 정도를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 대출, 카드 이자 등을 갚는 데 쓰고 있다는 얘기다.

2분기 이자 지출 증가 폭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국내 가계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분기 기준으로 2013년 1분기부터 18분기 연속 감소(전년 동기 대비)하다가 지난해 3분기(1.3%) 증가세로 돌아서 작년 4분기 7.7%, 올해 1분기 23.1%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소득 구간별로 상위 20~40% 가구의 이자 지출이 39%나 불어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소득 상위 40~60%, 상위 20% 가구도 각각 31.9%, 27.2% 늘어났다. 반면 소득 하위 20~40% 가구와 하위 20% 가구의 이자 비용은 12.8%, 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로 소득이 많은 중산층 이상 가구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진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 대출 등 가계 대출 절대액이 늘고 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자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계를 자세히 뜯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가구 소득을 10개 구간으로 세분화하고 가구주가 임금을 받는 근로자인 가구(근로자 가구)와 자영업자 또는 무직자인 가구(근로자 외 가구)를 나눠볼 경우 이자 비용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소득 하위 10~20%인 근로자 외 가구였다. 사실상 영세 취약 계층에 속하는 이 가구의 이자 지출액은 1년 새 무려 162.4%나 뛰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최근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영세 자영업자 등이 2금융권도 이용하기 어려워지자 금리가 더 높은 대부업체 등에서 빚을 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소득 상위 20~30%인 근로자 가구가 117.9%로 그다음으로 이자 비용이 많이 늘었고, 중간 계층인 소득 하위 30~40% 가구도 가구주와 무관하게 이자 지출이 70% 이상 증가했다.

이자 비용, 소득보다 6배 빨리 늘어…‘통계 착시’ 지적도

문제는 가계의 이자 비용 증가 속도가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앞으로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저신용 계층을 중심으로 크게 늘거나 빚 상환 부담이 내수 소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실제 올 2분기 국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작년 2분기보다 4.2% 느는 데 그쳤다. 이자 비용(증가율 26.5%)이 소득보다 6배가량 빨리 불어난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 빚 증가세도 차츰 꺾이는 추세지만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국제 비교에 사용하는 한은의 자금 순환표를 보면 자영업자(개인 사업자)를 포함한 국내 가계 빚은 올 1분기 말 기준 1709조8331억원으로 작년 1분기(1584조6139억원)보다 7.9% 늘었다. 이 같은 부채 증가세가 가계가 소비·저축 등에 쓸 수 있는 소득(순처분가능소득) 증가세보다 여전히 가파르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가계의 이자 지출이 올 들어 급격히 증가한 것이 통계집계상의 ‘착시 효과’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실제로 통계청은 가구의 이자 비용 등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의 조사 대상을 작년 5500가구에서 올해 약 8000가구로 대폭 확대했다. 과거 통계 수치를 과소 집계하다가 표본을 늘리면서 이자 비용이 갑자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가계부채 총량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고 대출 금리도 크게 올랐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상식적으로 올해 들어 이자 부담이 갑자기 늘어난 원인을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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