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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이자비용 月10만원 돌파…증가폭 역대 최대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현재 국내 가구의 이자 비용(원금 제외) 지출액은 월평균 10만2991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만1399원)보다 26.5% 급증했다. 가구당 월 이자 지출액이 10만원을 돌파한 것은 2003년 통계 조사 이래 처음이다. 가계가 매년 124만원 정도를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 대출, 카드 이자 등을 갚는 데 쓰고 있다는 얘기다.
2분기 이자 지출 증가 폭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국내 가계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분기 기준으로 2013년 1분기부터 18분기 연속 감소(전년 동기 대비)하다가 지난해 3분기(1.3%) 증가세로 돌아서 작년 4분기 7.7%, 올해 1분기 23.1%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소득 구간별로 상위 20~40% 가구의 이자 지출이 39%나 불어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소득 상위 40~60%, 상위 20% 가구도 각각 31.9%, 27.2% 늘어났다. 반면 소득 하위 20~40% 가구와 하위 20% 가구의 이자 비용은 12.8%, 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로 소득이 많은 중산층 이상 가구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진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 대출 등 가계 대출 절대액이 늘고 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자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득 상위 20~30%인 근로자 가구가 117.9%로 그다음으로 이자 비용이 많이 늘었고, 중간 계층인 소득 하위 30~40% 가구도 가구주와 무관하게 이자 지출이 70% 이상 증가했다.
이자 비용, 소득보다 6배 빨리 늘어…‘통계 착시’ 지적도
실제 올 2분기 국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작년 2분기보다 4.2% 느는 데 그쳤다. 이자 비용(증가율 26.5%)이 소득보다 6배가량 빨리 불어난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 빚 증가세도 차츰 꺾이는 추세지만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국제 비교에 사용하는 한은의 자금 순환표를 보면 자영업자(개인 사업자)를 포함한 국내 가계 빚은 올 1분기 말 기준 1709조8331억원으로 작년 1분기(1584조6139억원)보다 7.9% 늘었다. 이 같은 부채 증가세가 가계가 소비·저축 등에 쓸 수 있는 소득(순처분가능소득) 증가세보다 여전히 가파르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가계의 이자 지출이 올 들어 급격히 증가한 것이 통계집계상의 ‘착시 효과’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실제로 통계청은 가구의 이자 비용 등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의 조사 대상을 작년 5500가구에서 올해 약 8000가구로 대폭 확대했다. 과거 통계 수치를 과소 집계하다가 표본을 늘리면서 이자 비용이 갑자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가계부채 총량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고 대출 금리도 크게 올랐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상식적으로 올해 들어 이자 부담이 갑자기 늘어난 원인을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