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장그래가 웃을 수 있는 경제정책 아쉽다

  • 등록 2016-01-05 오전 3:01:01

    수정 2016-01-05 오전 3:01:01

[금재호 한국노동경제학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언젠부터 비정규직하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슬픈 단어의 하나가 됐다. 저임금에 미래도 희망도 없는 일자리, 툭하면 차별 받는 근로자를 상징하는 단어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없는 사회, 가난과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소득격차와 빈곤, 그리고 청년실업문제가 해결될까. 이에 대한 고민과 해법이 다르기 때문에 노동시장 개혁입법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비정규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간제가 있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법이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기간제 근로자 고용이 더욱 불안해지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더욱 확대됐다는 주장이 정설이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증거도 없다. 비록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줄어들어 왔지만 이것이 기간제법 덕분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한마디로 2006년의 기간제법은 실패작이다.

그러면 실패한 기간제법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기간제 사용기간을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4년까지 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노동계와 야당은 4년으로 늘일 경우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이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비정규직이 생겨난 원인에 대해 각자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에 불거졌다. 보수 시장경제주의자들은 글로벌 무한경쟁 아래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사용한다고 여긴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은 기업의 탐욕 때문에 비정규직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 증거의 하나로 대기업의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들고 있다.

비정규직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는 길은 경제와 기업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발생하는 인건비 상승을 기업이 부담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경제가 힘과 활력이 있다면 비정규직 사용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경제성장 3%도 힘겨운 실정이다. 대기업이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하지만 30대 그룹 중 수익을 내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언제 중국에 추월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제와 노동시장 개혁이 결실을 맺지 못하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위험은 경고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한국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비정규직은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다. 비정규직을 없앨 수 없다면 장그래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의 차별해소가 아닐까. 기왕이면 같은 직장에서 좀 더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하지 않을까. 경력을 쌓아 정규직으로 전환될 기회가 늘어나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장그래의 희망을 담으려고 노력한 결과가 노동시장 개혁입법이다. 장그래를 활짝 웃게 할 수는 없어도 빙그레 웃도록 하자는 것이다.

고용이 늘어나고 소득불평등이 줄어드는 사회는 우리가 바라는 미래이다. 같은 꿈을 꾸고 있다면 2002년 월드컵 때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된 것처럼 기득권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진정으로 장그래를 살리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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