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중형 2도어 쿠페 캐딜락 ‘ATS 쿠페’의 최대 장점은 강력함이다. 무식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시속 100㎞에서도 액셀 페달을 밟으면 더 튀어 나간다. 운전자에게 ‘더 달릴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시속 200㎞까지도 거뜬하다.
최근 서울과 외곽 등지서 미국 머슬카로의 회귀를 꿈꾸는 캐딜락 ATS 쿠페를 직접 타봤다. 캐딜락 ATS 쿠페는 올 2월 GM코리아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공식 판매가격은 5300만원이다.
많이 팔겠다는 대중차스러운 목표는 없어 보인다. BMW 3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 최근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는 수입 중형 세단, 그중에서도 가솔린 시장을 겨냥한 ATS를 지원사격하고, 캐딜락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 차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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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거스르는 폭발력.. 그리고 연비시대를 거스른다. 독일 고급 세단은 10년 전과 지금이 사뭇 다르다. 폭발력은 잃고 실용성과 연비를 챙겼다. 유로6라는 강력한 환경 규제도 한 몫 거들었다. 물론 독일 브랜드는 ‘보통의 세단’과는 별도로 BMW M이나 벤츠 AMG, 아우디 S 같은 강력한 스포츠 모델도 있다.
캐딜락 ATS 쿠페는 ‘보통의 세단’과는 분명히 달랐다. 배기량 2.0리터 I4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은 스포츠카에 준하는 퍼포먼스와 재미를 유지했다. 국내에는 이 녀석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서킷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쉽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5.6초다.
수치만 봐도 차이는 명확하다. 캐딜락 ATS 쿠페는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7㎏·m다. 이 반면 동급 BMW 3시리즈 가솔린 모델(320i)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6㎏·m다. 오히려 올 초 국내 출시해 인기몰이 중인 포드의 스포츠카 머스탱 쿠페 2.3(314마력·44.3㎏·m)에 가깝다. 둘 다 미국 머슬카의 DNA가 녹아 있다.
참고로 캐딜락 ATS 4도어 세단과 2도어 쿠페의 엔진 성능은 똑같다. 물론 2도어 쿠페가 실제 퍼포먼스를 내기는 더 좋다. 세단보다 더 길고 넓고 낮은 덕분이다.
민감하면서도 절도 있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지만 단단한 차체는 그 힘을 잘 ‘주체’해 준다.
이 차를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스포츠 모드’로 놓고 주행해야 한다. 핸들 뒤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수동 모드로 전환해 엔진을 느껴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 밖에 투어(기본) 모드와 눈/얼음 모드가 있다. 겨울철에 약한 뒷바퀴굴림이란 걸 의식한 것이다. 요즘 기본 옵션처럼 된 에코 모드 ‘따위’는 없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힘을 얻은 대신 연비를 잃었다. 공인 복합연비는 9.9㎞/ℓ(고속 12.3 도심 8.6). 도심과 교외, 서킷을 오간 약 200㎞의 시승 중 평균 실연비는 7.4㎞/ℓ였다. BMW 320i의 복합연비는 12.8㎞/ℓ다. ATS 쿠페는 대세가 된 8~9단 자동변속기 대신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하고 있다. 연비를 좀 더 아껴보고자 타는 차는 분명히 아니다.
| 캐딜락 ATS 쿠페 운전석.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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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운전석 시트. 열선 기능과 추돌·접촉사고 등에 대한 진동 경보 기능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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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엔진룸. 넉넉한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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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기본 타이어인 콘티넨탈 프로콘택트RX SSR 18인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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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차별화 아쉬워.. 안전·편의기능은 최신최근 캐딜락 신모델의 실내 편의·디자인 변화는 좋든 나쁘든 인상적이다. 성능은 예전과 같은 강력함을 고수하지만 디자인과 편의 면에선 최신이고자 노력한 티가 역력하다.
대부분 조작버튼이 터치식이다. 실제 오너라면 별 상관없겠지만 잠깐 타는 사람에게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계기판도 평균연비나 현재 시속 등은 물론 배터리 전압, 엔진오일 수명까지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배열했다.
내장 내비게이션도 통상적인 수입차 기본형보다 편하고 정확한 느낌이다. 한줄뉴스 기능도 있다. 휴대폰 충전 등을 위한 USB 단자도 센터페시아에 숨겨져 있다. 단, 그 사이 공간이 좁아 선을 꽂기가 불편하다. 블루투스 연결은 빠르고 통화감도 좋다.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 덕분에 음악을 들을 때도 좋은 음색을 제공한다.
안전 기능은 기본은 갖췄으나 고급차 기준으로 최신·최상이라고 할 순 없다. 경고는 하지만 스스로 멈추진 않는다.
앞차와의 추돌위험 땐 경보음과 함께 앞유리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다. 거리도 조절할 수 있다. 시속 60㎞ 전후 도심 주행에서 사고를 막는 데는 유용할 듯하다. 100㎞ 전후 고속주행 때의 개입은 약간 늦은 느낌이다.
정속 주행하다가 추돌위험 땐 스스로 멈추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은 없다.
주차 때의 접촉사고를 막기 위한 전후방 센서와 후방 카메라도 있다. 단 360도 센서가 표시가 계기판에 있어 불편하다. 실제 주차 땐 핸들을 계속 꺾는다. 계기판도 핸들에 가려 잘 볼 수 없다. 부딪힐 것 같으면 좌석에서 진동으로 알려주기는 한다.
낮은 연비를 빼면 일상 주행에서의 활용도 나쁘진 않다. 2도어 쿠페라 뒷좌석 탑승 자체는 불편하지만 일단 타면 키 170㎝ 전후 성인은 큰 불편함 없다.
디자인은 2% 아쉽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6~7년째 독일 디젤 천하이다. 미국·일본차는 왜 독일 디젤 대신 이 차를 사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미국식 스포츠카라는 걸 한눈에 보여준 포드 머스탱은 올 들어 200대가 넘게 팔렸지만 ATS 쿠페는 3월까지 3대 판매하는데 그쳤다.
| 캐딜락 ATS 쿠페 앞 유리에 빨간 색 전방추돌경보가 울리는 모습. 경보 울리는 거리도 조절할 수 있으나 스스로 제동하지는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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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계기판의 360도 주차보조센서 작동 모습① 모니터의 후방카메라와 함께 주위 장애물과의 거리를 보여줌으로써 주차를 돕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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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계기판의 360도 주차보조센서 작동 모습② 주차를 위해 핸들을 돌리면 센서가 가려져 큰 도움은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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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센터페시아①. 가운데 숨겨진 수납함에 휴대폰 등을 충전할 수 있는 USB 포트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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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센터페시아②. 단, 공간이 좁아 손가락을 비집고 넣어야 USB 포트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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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센터페시아③. 일단 충전 후엔 이렇게 숨겨진다. 자주 충전한다면 차라리 차량 전용 케이블을 사서 미리 끼워 놓는 게 좋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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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뒷좌석(앞좌석 접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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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내장 내비게이션. 브랜드는 확인 못했으나 통상적인 수입차 내장 내비게이션 맵보다 정확하고 편리한 것처럼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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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후방카메라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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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딜락 ATS 쿠페 발렛 모드 기능. 발렛 파킹 때 암호를 입력하는 기능이다. 캐딜락 큐(CUE)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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