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해커는 3개월 만인 지난 12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해커가 스스로 자취를 감추었을 뿐 정체가 밝혀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재등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 기간동안 규제당국은 어떻게 준비를 해왔을까.
원안위는 지난 1월 2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사이버안보 분야를 전담하는 ‘과장급’ 조직을 이른 시일안에 신설하고 △3명에 불과한 보안 전문인력(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소속)을 3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처럼 원안위가 앞으로 원전 사이버보안 문제 담당 주무기관이 되겠다고 나선 것.
이로부터 두 달 이 흘렀다. 원안위 측은 현재 상황에 대해 “조직 신설과 전문인력 충원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 등 유관부처와 협의가 필요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안인력 확충문제도 비슷하다. 원자력통제기술원은 현재 3명인 전문인력을 2017년까지 3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해 해킹사고 당시 3명에 불과한 보안인력 숫자가 큰 문제가 됐지만,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 숫자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국내 가동원전은 모두 23개이다.
이런 가운데 원안위에서는 그동안 한 건의 계속운전(월성 1호기) 심사가 마무리됐고, 또 한 건의 신규원전 운영허가 심사(신고리 3호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이버보안은 의무적인 심사·검증 항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신고리 3호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이버보안 중요성에 대해선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언제 끝날 지 모를 원전 해킹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원안위는 과연 원전 안전의 최일선 기관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만약 차관급에 불과한 이 기관이 권한부족 때문에 조직신설과 인력충원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국회 차원에서 나서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 사이버보안 문제에 안이한 대응을 지속하는 규제당국의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