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한국 방송 콘텐츠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방송 제작 인프라도 부러울 정도다.” -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방송사 대표단
11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아세안 방송 콘텐츠 협력 컨퍼런스에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위기론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방송 광고 시장의 위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대안 미디어의 등장으로 지상파가 종말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급진적인 예상마저 나왔다.
지상파 위기론..‘이젠 심각한 정도’
김정식 KBS 콘텐츠사업부 차장 겸 PD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한-아세안 방송 콘텐츠 협력 컨퍼런스에서 “다른 방송 플랫폼과 달리 지상파 매출은 올해 1.5% 가까이 줄었고 마켓쉐어마저 계속 하락중”이라며 “지상파 방송사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은 보통 수준을 넘었다”고 말했다.
최근 제작 인력과 수출이 늘었지만 ‘지상파 방송사의 매출 부진을 만회할 정도는 못된다’는 게 김 PD의 진단이다.
그는 “늘어난 방송사 인력은 계속된 파업으로 채용된 대체 인력일뿐 우수 인력은 케이블 방송사로 빠져나갔다”며 “수출 실적도 개선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본과 중국에 집중돼 있어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PD는 유료TV업계와의 재전송료(CPS) 다툼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실례된 면이 있지만, 케이블tv 소송 당사자였고, 소송을 해서 받아냈다”면서 “(CPS는) 환경이 어려워져 새로운 수입원을 받기 위해서 하는 세컨드 스텝”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韓 콘텐츠 경쟁력 여전히 높다”
반면 아세안 국가들의 방송사 관계자들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한국 방송 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콘텐츠 만큼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고 부연했다. 발달된 제작 인프라도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태국 방송사 NBT의 수몬팬 국장은 한국 드라마의 팬임을 자처했다. 그는 “겨울 연가로 시작된 한국 드라마 사랑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필리핀 방송업계 대표는 “한국과의 더많은 방송 교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MDA의 수리야띠 국장은 “한국 드라마 콘텐츠는 분명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한국의 기술 변화 속도와 그에 적응하려는 방송사들의 노력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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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앞으로도 여전히 강자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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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장은 “비즈니스 모델과 정책 방향에 있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방송사가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광고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모델은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콘텐츠로 사람이 먼저 모이게 만들고 이들을 활용해 비즈니스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의 사회자로 나선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는 “1937년 TV가 처음 나왔을 때도 영화 업계는 지금과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심지어 영화가 죽을 것이라는 극단론까지 나왔지만 영화와 TV는 각자 영역에서 발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 한국과 아세안 방송사들이 느끼는 위기론은 크겠지만 TV는 여전히 인기 높은 매체로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