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방송업계 "韓 지상파 위기 아냐, 경쟁력↑"

지상파에 대한 위기론 나왔지만 亞에서 여전히 드라마 콘텐츠 인기 높아
지상파의 자구 노력도 있어 강자 자리는 놓치지 않을 것 예상돼
  • 등록 2014-12-12 오전 12:47:40

    수정 2014-12-15 오후 2:20:59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 지상파 방송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말기 암 환자 같다.”- 한국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

“아니다. 한국 방송 콘텐츠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방송 제작 인프라도 부러울 정도다.” -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방송사 대표단

11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아세안 방송 콘텐츠 협력 컨퍼런스에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위기론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방송 광고 시장의 위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대안 미디어의 등장으로 지상파가 종말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급진적인 예상마저 나왔다.

지상파 위기론..‘이젠 심각한 정도’

김정식 KBS 콘텐츠사업부 차장 겸 PD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한-아세안 방송 콘텐츠 협력 컨퍼런스에서 “다른 방송 플랫폼과 달리 지상파 매출은 올해 1.5% 가까이 줄었고 마켓쉐어마저 계속 하락중”이라며 “지상파 방송사들이 느끼는 위기 의식은 보통 수준을 넘었다”고 말했다.

최근 제작 인력과 수출이 늘었지만 ‘지상파 방송사의 매출 부진을 만회할 정도는 못된다’는 게 김 PD의 진단이다.

그는 “늘어난 방송사 인력은 계속된 파업으로 채용된 대체 인력일뿐 우수 인력은 케이블 방송사로 빠져나갔다”며 “수출 실적도 개선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본과 중국에 집중돼 있어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30대 젊은층이 TV를 외면하는 변화도 지상파에는 위기로 인식됐다. 이들은 TV라는 고정된 매체를 실시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 모바일, 태블릿PC 등으로 원하는 콘텐츠만 본다. SNS 등을 사용하면서 상대적으로 TV를 이용하는 시간도 적은 편이다.

김 PD는 유료TV업계와의 재전송료(CPS) 다툼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실례된 면이 있지만, 케이블tv 소송 당사자였고, 소송을 해서 받아냈다”면서 “(CPS는) 환경이 어려워져 새로운 수입원을 받기 위해서 하는 세컨드 스텝”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韓 콘텐츠 경쟁력 여전히 높다”

반면 아세안 국가들의 방송사 관계자들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한국 방송 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콘텐츠 만큼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고 부연했다. 발달된 제작 인프라도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태국 방송사 NBT의 수몬팬 국장은 한국 드라마의 팬임을 자처했다. 그는 “겨울 연가로 시작된 한국 드라마 사랑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필리핀 방송업계 대표는 “한국과의 더많은 방송 교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MDA의 수리야띠 국장은 “한국 드라마 콘텐츠는 분명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한국의 기술 변화 속도와 그에 적응하려는 방송사들의 노력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방송 업계 관계자
실제 지상파 방송국은 지난 2012년부터 새로운 매출 확보와 신규 미디어에 대응할만한 신규 미디어 조성에 나갔다. KBS, MBC, SBS 지상파 3사가 나서 만든 통합 방송 플랫폼이자 OTT(over the top) 서비스인 ‘푹’이다. 푹은 유·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PD는 현재까지는 푹이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일본, 중국 등 해외 방송사의 콘텐츠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푹을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OTT 플랫폼이 아닌 범 아시아 방송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실제 푹 측은 미국 교민사회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중이다.

“TV, 앞으로도 여전히 강자로 남는다”

이종관 미디어미래 연구소 실장
두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종관(사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디지털 다채널 시대에는 콘텐츠를 어떻게 제작하고 조달할 지가 중요 이슈가 된다”며 “방송 사업자들은 방송광고 시장 위축 속에 디지털 전환, UHD 콘텐츠 제작, N스크린 환경에 대한 적응을 과제로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비즈니스 모델과 정책 방향에 있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방송사가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광고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모델은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콘텐츠로 사람이 먼저 모이게 만들고 이들을 활용해 비즈니스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의 사회자로 나선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는 “1937년 TV가 처음 나왔을 때도 영화 업계는 지금과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심지어 영화가 죽을 것이라는 극단론까지 나왔지만 영화와 TV는 각자 영역에서 발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 한국과 아세안 방송사들이 느끼는 위기론은 크겠지만 TV는 여전히 인기 높은 매체로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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