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해석은 갈린다. ‘변화가 없으면 곧 쇄락’이라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롯데를 두고, 뒷 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투자 효율성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신세계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이 너무 소심해진 것 아니냐는 관전평도 있다.
비싸도, 중복돼도..너무 과감한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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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관계자는 “의왕시 측이 기존에 생각했던 토지 가격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롯데는 높아진 토지 가격을 감수했다는 뜻이다.
사실 복합쇼핑몰은 도시 외곽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쇼핑객을 얼마나 유인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비수익 사업인 관광 요소를 최대한 만들어야 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토지매입 가격이 높으면 수익성 위주로 운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복합쇼핑몰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롯데의 중복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백화점이 의왕의 부지를 매입한 그날, 롯데자산개발은 과천시와 과천복합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곳에도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 백운지식문화밸리와 과천복합문화관광단지는 직선거리로 10km정도에 불과하다.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과 별도로 자체적인 쇼핑몰을 운영할 계획”이라면서도 “상권이 다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가격 따지다 기회 놓쳐..너무 신중한 ‘신세계’
그렇다고 신세계(004170)가 의왕을 포기한 것이 과연 좋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교외형 복합쇼핑몰은 신세계그룹 차원의 역점 추진 사업이다. 특히 의왕은 신세계의 ‘교외형 복합쇼핑몰 벨트’ 가운데 남부 상권을 담당할 핵심 지역이었다. 의왕시와의 양해각서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체결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의왕을 대체할 수 있는 땅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아직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반적으로 개발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신세계가 추진하는 교외형 복합쇼핑몰의 개발 계획을 재검토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달라진 신세계의 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격협상에 몰두하다 사업 기회를 놓쳐버리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기 때문이다.
2012년 신세계백화점이 입주해있던 인천버스터미널 건물과 땅 매입을 두고 인천시와 줄다리기를 벌어디가 결국 롯데로 넘어갔고, 지난 2월에는 알짜 매물로 통하던 제주공항 내 면세점 입찰에서 과감한 베팅에 나서지 못하면서 간발의 차이로 한화갤러리아에 밀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신세계를 보면 과감한 출점으로 이마트를 대형마트 1위로 이끌었던 적극적인 성향이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유통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투자하지만, 지금은 유통성장이 정체되는 시기여서 투자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정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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