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개미-직구토크]"하루 2시간 투자공부..연평균 수익률 20%"

국내 개미들도 선진국형 가치투자 가능해져
흩날리는 정보 아닌 스스로 체득한 정보로 가치 투자
결혼 후 부부의 소비습관 차이 줄이는 게 관건..아내 위해 요리도
  • 등록 2014-01-25 오전 6:00:00

    수정 2014-01-25 오전 6:00:0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아내가 둘째를 임신 중인 정재근 씨는 웬만해서 저녁 술약속을 잡지 않는다. 하루종일 첫째를 키우는 아내를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가 2주마다 잊지 않고 참석하는 모임이 있다. 개별 종목을 분석하는 스터디(공부하는 모임)다. 다양한 직장인들이 모여 가치주 발굴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한명씩 돌아가며 기업 개요, 재무제표, 사업분석, 투자포인트, 리스크 등을 보고서로 발표한다. 그는 매일 출퇴근 시간에 2~3편의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읽으며 2시간 이상을 스터디 준비에 몰두한다. 정씨는 “직접 주식투자를 하지만 일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며 “충분히 공부한 후 불안하지 않은 종목에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년전 직접투자를 시작한 그의 연평균 수익률은 20% 정도다. 주식, ETF(주가연계증권), 채권 등에 각각 40%, 40%, 20%씩 나눠 투자한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상품은 졸업한 지 오래다. 자신 외에 그 어떤 전문가도 신뢰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부딪혀 얻은 정보만 믿고 투자한다.

‘투자독립’을 선언한 그는 ‘공부하는 개미’의 전형이다.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공부하는 개미’들이 최근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젠 국내 개미들도 선진국형 가치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공개 정보가 많아지고 정보의 투명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주 이데일리 ‘직구토크’의 주제는 스스로 학습하는 ‘스마트 개미’다. 팔랑귀처럼 전문가의 정보를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제 손으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똑똑한 개인들이다. 이들은 뿌리없이 흩날리는 정보에 의존하지 않는다. 스스로 발굴한 정보로 가치투자에만 집중한다. 이번 토크 진행을 위해 대표적 재테크 카페인 ‘자산관리는 거북이처럼(http://cafe.naver.com/turtletrade)’에 의뢰했고, 3명의 ‘공부하는 개미’를 모셨다. 대기업 직장인으로 홀벌이 신혼부부 정재근(32) 씨, 초등학생 아이를 둔 맞벌이 아내 김경민(40) 씨, 중소기업 사회 초년생 신효주(26) 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이데일리 본사에서 전문가 뺨치는 재테크 지식으로 무장한 이들의 깊은 속내를 들어봤다.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홀벌이 신혼부부 대기업 직장인 정재근(32)
‘스마트 개미’ 기업분석 보고서,“전문가 리포트보다 나을 때도…”

▶성선화 기자(이하 성)=재테크 인터뷰를 하다보면 요즘 개인들이 참 똑똑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재테크 고수’로 여러분들은 어떤가. 얼마나 공부를 하는 편인가.

▶정재근(이하 정)=출퇴근 길 자투리 시간을 쪼개서 하루에 2시간 이상 투자 관련 공부를 한다. 공부는 개인이 투자에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수단이다. 처음엔 전문가에 의존하는 재무설계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들이 추천하는 상품은 철저히 회사의 이익에 초첨이 맞춰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실망감이 컸다. 그 뒤부터는 스스로 공부하며 직접 재무설계를 시작했다.

▶신효민(이하 신)=나 역시 재무설계사 등 소위 재테크 ‘전문가’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순진했던 대학생 시절 다단계 업체에 속아 고가의 화장품을 산 적이 있다. 그때 이후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당하는 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자신의 자산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성=투자 공부는 주로 어떻게 하나.

▶신=투자 공부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 서점으로 가 관련 서적을 읽는다. 얼마전엔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바젤Ⅲ’에 대한 내용을 봤다. 바젤Ⅲ가 도입되면 이자와 함께 원금도 같이 갚아야 한다. 지금 가계부채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데 폭탄돌리기를 하는 정부를 보면 한심하다.

▶성=대학을 갓 졸업한 26살 사회 초년생이 어려운 금융분야에 관심이 많은 게 놀랍다. 상당히 전문적인 느낌이다.

▶신=사회에 대한 불신이 깊다. 정부의 국민연금 정책은 우리 같은 젊은층을 착취하는 결과다. 정치인들의 아귀다툼 따위엔 관심조차 없다. 나와 직접 관련이 있는 법안 개정 결과에만 관심을 가진다.

▶정=내 재산은 내가 지켜야한다는 데 동의한다. 결혼 후 자산 불리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본격적인 투자 공부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혼자 맨땅에 헤딩하며 카페를 찾고 블로그를 뒤지고 책을 읽었다. 강연회 등에도 참석했었다. 재테크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스터디 모임도 여러개 했었지만, 이젠 하나로 정리했다. 자주 가는 카페는 ‘가치투자연구소’와 ‘아이투자’ 사이트다.

▶성=투자 스터디 모임에선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정=스터디 멤버들끼리 모여 기업 분석보고서를 작성한다. 증권 애널리스트 리포트보다 나을 때가 있다. 요즘은 기업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편이라 누구나 노력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최근엔 방송 송출회사인 KMH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개인적으로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있는 회사를 선호한다.

직접 투자……“모르면 그냥 하지마라”

▶성=스마트 개미들의 투자 패턴이 궁금하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지 않나.

▶정=자신이 없을 땐 간접투자 위주로 했다. 하지만 스스로 공부하며 연구를 하다보니, 차라리 직접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주식은 가치주 위주로 10개의 종목에 직접 투자한다. 이중 5개 종목에 대해선 자신이 있다. 채권투자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다. 나머지는 ETF를 한다. 최근에는 우량 코스닥 기업 100종목을 지수화한 ‘코스닥 프리미어지수’에 연동되는 ‘코스닥 프리미어지수 ETF’를 주로 한다. 코스닥 기업들이 저평가 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민경(이하 김)=여러 가지 금융상품들을 두루 해봤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돈 없는 개미들이 목돈을 마련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비과세 저축이라고 본다. 이젠 다 정리하고 15.4%의 이자 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새마을금고’와 ‘우체국’ 적금만 이용한다.

또 인플레이션과 현금가치 하락을 고려해 장기적인 인생설계 상품으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활용한다. 특히 연 400만원까지는 퇴직연금 추가불입분에 대해선 개인연금 불입분처럼 소득공제 가능하다. 퇴직연금 상품이기때문에 사용자측에서 수수료를 일부 부담한다. 근로자에게는 1층에 국민연금, 2층에 퇴직연금을 탄탄히 쌓은 후 상대적으로 사업비와 수수료가 비싼 3층 개인연금으로 가야한다.

▶신=나 또한 조금씩 주식에 투자해 봤지만 이익을 보진 못했다. 다행히 1주 정도로 큰 금액은 아니었다. 그동안 투자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투자는 자신이 없다. 주로 투자는 고금리 적금 위주로 한다. 신한은행이 저소득 서민층을 위해 출시한 ‘새희망통장’에 가입했다. 기본 연 4.5% 금리에 자동이체 우대금리 1.5%를 더해 연 6%의 금리를 받고 있다. 가끔씩 여유가 생기면 달러화 외화통장에 넣는다. 신한은행에서 주거래 혜택을 받고 있어 수수료 우대혜택이 크다. 서민층이라도 주거래 은행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초등학생 학부모, 공기업 맞벌이 부부 김민경(40)
자녀는 ‘돈먹는 하마’…외식비·의류비 줄이기가 관건

▶성=목돈을 만드는 과정은 개인에 따라 충분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재테크의 출발인 것 같다.

▶신=중소기업에 다니기 때문에 월급이 많지 않다. 한 달에 100만원이 조금 넘게 받는데 50만원 이상을 저축한다. 연봉 상승을 위해 이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 생활을 뺏기면서까지 회사를 다니고 싶진 않다. 퇴근 후에는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한 영어 공부를 한다. 일반적으로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선입견이 많지만, 제대로 일하면 꽤 큰 목돈을 모을 수 있다. 아직 젊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종잣돈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정=결혼 후 아내와 소비습관의 차이를 줄여가는데 애를 먹었다. 신혼초에 결혼 전처럼 쇼핑을 하지 못하는 아내가 힘들어했다. 하지만 우울해하는 아내에게 3년후 자금 마련 계획을 엑셀표로 정리해서 보여줬다. 특히 수입과 지출 등 모든 정보를 모두 공개했다. 이젠 아내도 수긍을 하긴 했지만 가끔씩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고 가끔씩 비상금을 털어 작은 선물을 사주기도 한다. 외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중소기업 사회초년생 신효주(26)
식비를 줄이기 위해 되도록 집에서 밥을 먹는다. 직접 요리도 많이 한다.

▶김=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애한테 들어가는 돈이 생각보다 많다. 아기 용품, 옷 등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싱글일 때는 명품도 사고 했지만 이제는 전부 끊었다. 외식비가 특히 많이 드는데 한달에 한번씩 대형마트에서 장을 봐서 줄이려고 노력한다.

남편과 통장을 합치진 않고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받는데, 군인인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다. 초생학생 아들을 사립학교에 넣었다가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공립 학교로 전학 시켰다. 아이가 클수록 사교육비 등 들어가는 편이 훨씬더 많아진다.

▶성=외식비 이외에 지출이 많은 항목은 뭔가.

▶정=그 다음으로 많이 드는 비용이 옷값이다. 다행히 첫째 아이 옷은 친척한테 물려받아 입히는 편이다. 처형의 딸이 두 살 터울이라 못 입고 지난 아기옷을 물려받아 입기에 아주 좋다.

▶김=나 또한 사업을 크게 하는 여동생에게 옷을 주로 공수해 온다. 아니면 주로 백화점 세일 기간에 이벤트 행사장 매대에 놓인 것들을 주로 활용한다. 같은 이벤트 행사장이라도 옷걸이에 걸린 상품들은 조금더 비싸다.

▶신=옷은 거의 사지 않는다. 여름에도 5벌 정도를 돌려가며 입는 편이다. 한 달 용돈은 50만원 정도다. 이중 교통비, 통신비 등 고정비가 20만원 정도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향후 발전 가능성’에 따라 철저히 구분하는 편이다. 내 시간과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면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 외근이 많아 편한 복장을 입기에 옷은 거의 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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