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주총]`오마하의 현인`, 5시간동안 어떤 얘기를

"美경제 내년엔 좋아..집값 더 오를 것"
"연준 QE 종료 쉽지않아"..오바마 재정정책은 두둔
"버크셔 시총 세계 5위..덩치 커도 잘할 것"
  • 등록 2013-05-05 오전 7:59:44

    수정 2013-05-05 오전 9:49:07

[오마하(네브라스카주)=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4일(현지시간)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장장 5시간에 걸친 질의응답(Q&A) 세션을 소화하며 수많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특히 과거 어느 때보다 광범위하고 구체적이었고 자신의 후계구도와 이후 회사의 비전, 향후 인수와 투자에 대한 생각들, 미국 경제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등에 관한 언급이 3만7000명에 가까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요 현안별로 버핏 CEO가 내놓은 발언들을 정리해봤다.

버핏(화면 왼쪽) CEO와 멍거(오른쪽) 부회장


◇ “美경제 내년엔 좋아..집값도 더 오를듯”

버핏 CEO는 미국경제가 지금보다는 1년 뒤에 분명 좀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경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버핏의 핵심 참모중 하나로 차기 CEO 후보로도 거론되는 매튜 로즈 벌링턴노던산타페(BNSF) CEO는 “올해 미국 경제는 2%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며 “누구나 3.5~4% 수준의 성장을 원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가 더 늘어나야할 것”이라며 다소 부정적으로 봤다.

다만 버핏은 “신규주택 착공이 좀더 늘어나야 하겠지만, 주택가격은 내년까지 더 오를 것이고 이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집값이 올해보다 정체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뛰지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버핏은 “기업들이 세금부담에 대해 너무 많은 불평을 늘어놓고 있지만 대체로 경영을 잘 해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은행들의 자본구조는 개선됐고 몇 년전에 비해 더 강해졌다”며 “과거에 비해 더 안전해졌고 경제주체들에 대한 대출도 더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은행시스템이 다음번 버블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찰스 멍거 버크셔 부회장은 “은행들이 쌓고 있는 대규모 파생상품에 대해 다소 우려하고 있다”며 “은행업 본연의 임무 대신에 투자은행들과 같은 사업을 더 많이 영위하는 은행일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QE 종료, 쉽지 않아..오바마 재정정책 적절

버핏은 연준의 통화정책을 묻는 첫 질문에 대뜸 “벤 버냉키 연준 의장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만 답해 참석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그러자 2차, 3차로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결국 버핏은 “우리 뿐만 아니라 미국 모두가 연준의 양적완화로부터 엄청난 수혜를 입은 것은 사실이었고 아주 현명한 정책이었지만 잠재적으로 이같은 경기 부양책은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플레가 현실화될 경우 최근까지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것을 종료하는 것은 매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아울러 “연준이 양적완화를 줄이거나 종료할 것이라는 신호를 준다면 전세계적으로 여기저기서 총성이 울릴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다만 “그렇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며 시장 참가자들은 재빨리 자신의 보유 자산을 재평가할 것이고 시장은 결국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금리는 경제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힘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우리는 H.J하인즈를 인수하면서 아주 낮은 금리에 자금을 차입했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확대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재정적자를 연계한 주주의 질문에 대해서는 “엄청난 정부부채에 대해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탓으로 돌려야만 하며 이는 확실히 오바마 정부의 문제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람들과 정치 얘기를 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운을 떼면서도 “오히려 지난 4년간에는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지면서 사용한 정부지출 규모는 경제 위협 정도를 감안할 때 아주 적절했다”고 칭찬했다. 다만 “남은 문제는 어떻게 여기서 벗어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위기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기업체들을 인수하는데 기회가 될 것이며 당장 내일이라도 유럽에서 대형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로존은 해체되지 않을 것이며 그 단일 통화시스템은 주요한 결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 결함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믿는다”고 낙관했다.

◇ “버크셔 시총, 세계 5위..덩치 커도 잘할 것”

버핏 CEO는 주총 첫 머리에 지난해 회사의 주당 장부가치가 14.4% 상승했다고 소개하며 “버크셔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이제 전세계에서 5번째로 큰 회사가 됐다”고 선언했다. 이에 주주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을 기준으로 볼 때 회사의 장부가치 성장세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수익률을 뛰어넘지 못했고 올해도 그럴 것으로 본다”며 “바로 이 때문에 작년말 장부가치 대비 120% 수준에서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멍거 부회장은 “5년이나 3년 단위로 보면 그렇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약간 성장세가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잘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이를 뛰어넘어 잘 해낼 것으로 자신한다”고 부연했다.

또 버크셔 주식을 공매도한 것으로 유명한 덕 카스 헤지펀드 매니저가 버크셔의 덩치가 커지면서 차츰 좋은 실적을 내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하자 버핏 CEO는 “그런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우리는 몇몇 아주 훌륭한 기업체들을 인수하고 있으며 다소 높은 가격을 지급하긴 했지만 기업 인수는 잘 통제되고 있다”며 “최근 5년간 인수는 아주 성공적이었고, 이런 면에서 오히려 우리에게 덩치는 중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멍거 부회장 역시 ”회사 규모가 아주 커지긴 했지만 우리는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며 ”과거에 덩치 큰 회사들이 실패했던 경험들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들보다는 더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 “보험시장 핵심기업 될것..항공업 관심없어”

현재 내셔널인뎀니티와 가이코(GEICO), 재보험사인 제너럴콜론리(General Cologne Re) 등 무려 12개의 보험사를 소유하고 있는 버핏 CEO는 “올 1분기 실적은 보험 자회사들이 지배했다”고 평가했다.

또 “향후 몇년이 지나면 버크셔는 전세계 상업 보험시장에서도 아주 탁월한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가장 최근 20%의 추가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 이스라엘 이스카에 대해 “그들의 최대 강점은 많은 두뇌(브레인)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회사들 중 하나이며 그 회사를 소유하게 돼 행운”이라고 말했다.

H.J하인즈를 인수한데 대해서는 “3G캐피탈의 호르헤 파울로 레만 CEO가 먼저 공동 인수를 제안했었다”며 “만약 3G가 없었더라면 지급해야할 것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썼지만 3G는 아주 훌륭한 매니저들이며 그들 때문에 인수 결정을 잠시도 지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고전중인 IBM에 대해서는 “충분히 편안하다”면서도 “엄청난 연금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다소 불안하긴 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자회사인 상용 항공기 임대회사인 넷젯츠와 짝짓기 위해 미국내 항공사를 인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항공산업은 아주 힘든 산업”이라며 “항공사들 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 “이는 노동집약적이고 자본집약적인 산업이기도 하며 동시에 원자재와 관련된 사업으로, 투자자들에게 죽음의 덫이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SNS 공시허용, 결국 정책 실패될 것”

기업들의 언론 발표를 대행하는 비즈니스 와이어라는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버핏 CEO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도입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한 기업 공시 허용을 비판했다.

버핏 CEO는 “공시의 핵심은 정확성과 동시성”이라고 전제한 뒤 “이런 관점에서 SEC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기업들이 공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정책상 실책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기업들이 언론을 통해 사실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공시로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를 원하며, 또한 정확하게 같은 시점에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를 보려고 기업체들의 웹페이지를 계속 눌러대기를 원하지도 않고, 다른 투자자들보다 10초 이상 늦게 정보를 얻고 싶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한 주주가 그의 잇딴 신문사 인수를 거론하며 `더 나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다른 업종이나 기업들이 있다고 믿지 않는가`라고 질문하자 관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버핏은 지난 2년간 28개의 신문사를 3억4400만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버핏은 “이들의 이익이 줄어들곤 있지만 여전히 세후 수익률이 10% 정도될 것”이라며 “세전이익은 총 1억달러 정도로 꽤 된다”고 말했다. 다만 “만약 다른 산업이었다면 그렇게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는 확실한 사실”이라고 말해 원칙을 깨면서도 언론사를 인수하고 있다는 애정을 과시했다.

◇ “차기 CEO, 이사회 합의..큰아들 회장에 적임”

역시 가장 큰 관심은 전립선암 치료를 받았고 80세가 훌쩍 넘은 고령인 버핏 CEO를 대신할 후계 구도였다.

버핏도 “나보다 더 많은 두뇌(브레인)들을 거느리고 더 많은 에너지와 열정을 가진 CEO를 후계자로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이는 현재 이사회에서 매번 회의 때마다 검토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했다. 후계자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내놓지 않았지만, “나 이후 CEO에 대해 이사회 내에서는 이미 확실하게 합의된 상태”라고 못박았다.

특히 유력한 CEO 후보중 하나로 꼽히는 버크셔의 재보험 사업을 이끌고 있는 애지트 제인에 대해 “그는 여러 방면에서 탁월하며 일하는데 있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며 “당신이 ‘A’라는 단어로 말을 시작할 때 이미 후계자에 관한 질문이라는 걸 알아챘다”며 긍정적인 발언들을 내놓았다.

또한 CEO와 함께 후계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 이사회 회장에 대해 덕 카스 헤지펀드 매니저가 버핏의 큰 아들인 하워드 버핏의 자질을 문제삼자 버핏은 “그는 어떤 사업도 운영하지 않으며 경영에 대한 환상 따위도 없다”며 회장으로서 적임자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기업 문화를 유지하고 버크셔가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임무를 맡는 것 뿐”이라며 “만약 차기 CEO에 큰 문제가 생긴다면 경영에 관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1%도 채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버핏 CEO는 “이미 여러 해동안 내가 물러난 뒤에도 쉽게 바뀌지 않을 버크셔의 기업문화를 구축하는데 주력해왔다”며 “일부 신문들은 종종 내가 없는 버크셔에 대해 우려하는 기사들을 쓰는데, 내가 없어도 회사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멍거 부회장은 “버핏이 떠난 후를 우려해 버크셔 주식을 팔려는 나같은 주주들이 있을지 모른다”며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해 주주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버핏은 특유의 비유법을 사용해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질 때 800 전화번호(미국의 수신자부담 전화)가 될 것”이라며 “만약 며칠간 다우지수가 하루에 1000포인트씩 하락하는 날이 온다면 그 파도가 지나간 뒤 벌거벗겨진 채 수영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그동안 우리가 투자했던 골드만삭스나 제너럴 일렉트릭(GE),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모두 그런 위기 시절에 이뤄졌다”며 “이는 내가 없더라도 버크셔의 브랜드가 될 것이며 나의 후계자는 나보다 더 많은 자금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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