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부자의 기부서약 참여를 기대하며

  • 등록 2013-03-08 오전 6:00:00

    수정 2013-03-08 오전 6:00:00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살면서 즐거웠던 기억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돌려주라.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나를 존재하게 해준 사회 덕분이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평소 기부를 격려하면서 해온 말이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도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평생 일군 명예와 재산은 자식들에게 남겨진다. 또 이를 포기하는 것은 부모로서 큰 결정일 수 있다. 게다가 재산이 수천억, 수조원에 이른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평생 손에 쥘까말까한 막대한 부를 선뜻 내놓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 광산 재벌 블라디미르 포타닌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겸 회장과 버핏 이 주도하는 기부 캠페인 ‘기부서약(Giving Pledge)’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다.특히 그의 결정은 러시아가 다른 서방국가와 달리 기부금에 대해 세금 혜택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며칠 뒤에는 인도의 억만장자가 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인도 정보기술(IT)업계 거물 아짐 프렘지 위프로 회장은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부금을 기부서약에 내놨다.

이들은 갑자기 기부 결정을 한 것은 아니며 평소 기부를 생활처럼 실천해왔다. 특히 이들의 행보는 기부 문화가 차츰 선진국에서 신흥시장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기부가 낯설다. 기부서약의 억만장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부자도 여럿되지만 이들이 선뜻 나서줄 지는 미지수다. 일부는 기부를 하더라도 목적을 갖거나 일종의 생색내기 인상이 강하다.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기부 인식도 부족하다. 가끔 전재산을 기증했다는 이름 모를 독지가나 서민들의 소식을 접하지만 내 주변의 흔한 일이 되기에는 먼 얘기다.

가뜩이나 팍팍해진 요즘 가계사정을 감안할 때 사실 기부를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려움을겪어본 사람이 비슷한 사람의 사정을 안다는 말처럼 작은 실천이 더 필요하고 소액 기부를 장려해야 더 바람직한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선진국처럼 기부가 나눌 수 있는 행복한 특권이자 일종의 책임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인식뿐 아니라 정부의 기부 장려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나마 최근 돈이 아닌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기부하는 재능기부가 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정이 많기로 유명한 한국 사회에서도 조건 없는 기부가 더 많이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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