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09일자 3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우리나라가 수출에 기대는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민간소비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명목 국내 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6.2%로 통계를 집계한 197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민간소비 비중은 52.9%에 그쳐 사상 처음으로 수출보다 비중이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30%대였던 수출 비중은 2002년 이후 꾸준히 확대돼 50%대로 올라선 반면 민간소비 비중은 1983년 60% 밑으로 떨어진 이후 줄곧 50%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수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가 외풍에 흔들릴 여지도 커졌다.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고, 우리 경제는 맥없이 꺾일 수밖에 없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성장률이 내수보다는 글로벌 경기에 달려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등 일부 선진국 경기가 나아지면서 불확실성은 조금 낮아진 모습이다. 미국은 민간소비와 재고증가로 작년 4분기에 3% 성장했다. 취업자가 늘고 실업률은 떨어지는 등 고용시장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고 ISM 제조업지수도 기준치인 50을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전망도 상향조정되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들이 지난해 12월에 전망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0%였지만 올해 3월엔 2.2%로 높아졌다. 일본은 1.6%에서 2%로, 중국은 8.3%에서 8.4%로 상향조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부진한 유럽 경제나 고유가 등이 글로벌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유로지역 2월 실업률은 10.8%로 지난 199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침체 양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내수가 조금씩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 4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할인점 매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3% 증가해 2월 1.7% 감소세에서 증가로 돌아섰다.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1.8%로 전월 2.6%에 비해 둔화하기는 했지만 설 연휴 이동 효과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자동차 판매는 1년 전에 비해 9.9% 감소했지만 1~2월에 비해서는 판매량이 늘었다.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대비 14.5% 늘었다. 정부는 “고용회복세가 지속되고 있고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소비여건이 개선됐다”며 “향후 소매판매는 소비여건 개선 등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