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벤처산업)①구글의 포식은 계속된다

벤처기업 M&A 급증..투자금회수(Exit) 주된 통로
구글 "혁신위해 M&A 지속"..MS "최소 한달에 한건 M&A"
  • 등록 2010-10-11 오전 3:30:00

    수정 2010-10-13 오전 4:11:31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지난 9월, KOTRA 실리콘밸리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를 방문하려고 택시에 올랐다. 기사 분에게 실리콘밸리의 체감경기를 묻자, 근래 술집 손님이 느는 걸 봐서는 좀 나아지는 듯싶다고 답했다. 술집 손님과 경기와의 상관관계는 확실치 않다. 다만, 올 들어 미국 벤처기업의 기업공개(IPO)가 늘고, 인수합병(M&A)이 부쩍 증가한 것은 틀림없다. 미국 벤처업계의 현황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주]

지난달 27일 미국 북서부 도시 시애틀에서 워싱턴기술산업협회(WTIA)가 마련한 `테크NW 포럼`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시스코 등 미국이 내로라하는 `테크 자이언트(Tech Giant)`의 인수·합병(M&A) 책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포럼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실리콘밸리 등 미국 북서부에 근거지를 둔 기술업종 대표 기업이다.

이 자리에서 아민 주포넌 구글 기업개발 디렉터는 구글의 M&A가 지속되리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구글은 올 들어 23개 기업을 인수해 미국 IT 업계의 최대 M&A 포식자로 부상했다. 아민은 "(기술) 여건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포럼에 참석한 기업들의 (R&D) 노력을 자칫 헛되게 할 정도로, 우리는 (R&D보다는) M&A를 통해 빠르게 혁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구글은 M&A를 지속할 듯 싶다"고 말했다.

최근 CB 인사이트가 올 들어 지금까지 발표된 M&A 사례를 기반으로 기술 업체들의 M&A를 집계한 결과, 구글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 IBM 12건 ▲휴렛팩커드 7건 ▲페이스북 6건 ▲오라클·애플 5건 ▲델·시스코 4건 ▲야후·트위터·아마존닷컴 3건 등이었다.

하지만, 미국 기술업종 대표 업체이자 검색엔진 분야에서 구글과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단 한 건도 기록하지 않아 보는 이들을 갸우뚱하게 했다. 그러나 MS는 밖으로 공개하지 않은 채 기업을 꾸준히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크 브라운 MS 기업개발 디렉터는 `테크NW 포럼`에서 MS가 올 들어 15업체의 M&A 딜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이 CB 인사이트에 집계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워낙 작은 기업들이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지금도 몇 개의 딜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MS가 작년에 자산 매입보다는 매각이 더 많았지만, 우리는 최소 한 달에 한 건 정도로, 여전히 많은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도 앞으로 M&A에 더욱 나설 뜻을 비쳐다. 페이스북의 마이크 브라운 디렉터는 `테크NW 포럼`에서 "페이스북은 젊지만 큰 회사"라면서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을 많이 사들였지만, 아직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했다"며 "여러분 기업들이 잠재력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 구글 "M&A 지속한다"..MS "한 달에 최소 한 건 M&A"

이처럼 기술업종 대기업들이 혁신과 새로운 성장원을 발굴하려고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혁신과 신기술의 보고인 미국 벤처업계의 M&A가 덩달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톰슨 로이터와 전미벤처캐피탈협회(NVCA)가 최근 벤처캐피털업계를 대상으로 벤처기업 투자금회수(Exit)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올 3분기 중 M&A를 통한 벤처기업 투자금 회수는 104건을 기록했다. 특히 올 들어 3분기까지 M&A 건수는 322건으로, 2009년 연간 실적인 273건을 앞서고 있다.

다우존스 벤처소스(Dow Jones VentureSource)의 조사로도 미국의 벤처투자자들은 올 3분기중 미국에서 102개의 M&A 딜을 통해 57억달러를 회수했다. 이 같은 규모는 작년 3분기 97개 딜의 32억7000만달러, 전분기의 48억1000만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또 올 들어 3분기까지 벤처투자자들이 M&A로 매각한 금액이 177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과 비교하면 75%나 급증했다.

물론 지난해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리세션 여파로 M&A 시장이 매우 부진했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 아울러 리세션의 여진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벤처업계의 M&A 온기가 구석 구석까지 퍼지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벤처캐피탈사 온셋 벤처스의 테리 옵덴다이크 설립자 겸 운용자는 M&A를 바란다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원하는 M&A 딜만 활성화되고, 기업이 찾아나서는 딜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밝혔다. 예컨대 "바이어들이 물건에 접근하는 방식의 딜은 총알을 발사한 총처럼 매우 뜨겁지만, 기업들이 뱅커(M&A 중개기관)를 만나 회사를 아무리 설명해도, 회사를 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대형 기술업체 M&A는 생존전략..쌓아놓은 현금으로 벤처사냥 지속할 듯

그러나 미국 경제가 더블딥 리세션에 빠져들지 않은 한 벤처업계의 M&A 회복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 대형 기술 업체들이 과거와 달리 연구개발(R&D)보다는 M&A를 선호하고 있고, 리세션 과정에서 투자축소와 비용절감으로 현금을 다량 보유한 까닭이다.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의 에드 콜로톤 운용자는 "많은 대형 기술 업체들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젊고 성장성 있는 기업 인수를 통한 성장을 갈구하고 있다"며 특히 "기업들이 (M&A에 나설) 엄청난 현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온셋 벤처스의 테리 옵덴다이크 운용자는 대형 IT 기업들이 리세션 와중에 수익성을 제고하려고 감원과 투자축소를 통해 장기적 성장원을 제거했던 점도 (경기회복과 맞물려) M&A를 증가시킨 또 다른 동인이라고 설명했다. 마크 헤슨 전미벤처캐피탈협회(NVCA) 대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에는 대기업들이 전략적 M&A에 더욱 나서면서 돈을 쓸 것으로 보여, M&A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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