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대 우량점포도 ‘애물단지’

불황으로 고가 특급매물 쏟아져... 거래 가능성은 미지수
  • 등록 2008-12-10 오전 11:33:00

    수정 2008-12-10 오전 12:01:59

[이데일리 EFN 강동완기자] 최근 점포 시장에 보기 드문 매매가 10억 이상 매물이 다수 등장하고 있어 관심이 주목돼고 있다.

이들 점포는 고급 레스토랑과 대형 횟집 등으로 경기와 상관없이 고수익을 올려왔던 점포들이다. 또 점포시장에 나오기도 힘들뿐더러 나왔다하면 곧장 거래됐던 콧대 높은 매물들이어서 업계 역시 주목하고 있다.

CS라인컨설팅 오용석 팀장은 “100평 이상에 객단가가 테이블 당 10만원이 넘는 고급매물 수가 평소보다 30~40%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오 팀장은 “수차례 방문에도 절대 팔지 않겠다던 고급 매물주들이 지금은 빨리 좀 팔아달라고 성화”라며 “대부분 최소 5억에서 10이상 투자한 사장님들인데 자존심 죽이고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류층을 상대로 호황을 누렸던 점포들이 매물로 나오는 이유는 사상 최대의 경기 불황 때문. 인테리어 비용만 평당 300~400만원 이상 투자된 점포들은 현재 임대료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최소 5억에서 10억을 호가했던 권리금은 최고 40%까지 추락했다. 매물주들은 더 이상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거래 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추가 하락도 점쳐진다.

워낙 거물급 매물이다 보니 초보 창업자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유경험자들은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에 지켜만 보고 있기 때문.

아울러 점포 인수에서 실제 수익률 ‘검증’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창업자들에게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고급 매물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 압구정에서 고급 일식집을 경영하다 최근 점포를 내놓은 A씨는 “우리 가게가 장사가 안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사회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부유층들도 돈 쓰는데 눈치를 보는 거 같다”며 “부르는 게 값이었던 권리금도 포기하는 심정으로 내렸는데 산다는 사람이 없다. 애물단지가 됐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초저가의 점포만 겨우 거래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고급 매물일수록 과감하게 권리금을 포기하거나 죽기 살기로 영업을 유지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고급매물 수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지만 거래가 성사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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