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만들다

[유재수의 컨설팅 일지]<4> 벨기에 맥주전문점
  • 등록 2008-06-12 오전 9:00:00

    수정 2008-06-12 오전 9:00:00

[이데일리 EFN 강동완기자] 시장은 변하고 고객은 새로운 것을 원한다.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대응해서 새로운 아이템이 출현하는 것은 시대정신의 한 단면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벨기에 맥주전문점 벨고의 업종개발 단계부터 오픈까지의 과정에 얽힌 숨은 이야기를 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 원장을 통해 들어본다.(편집자주) 
 
벨기에는 120개가 넘는 양조장에서 800여종의 맥주를 만들고 있는 맥주의 천국이다. 벨기에 맥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하면발효맥주인 라거(Lager)나 상면발효맥주인 에일(Ale)외에도 야생효모를 이용한 자연발효맥주인 람빅(Lambic) 맥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맥주재료와 양조방법에 따라 세분화하기 시작하면 맥주의 수만큼 스타일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채로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벨기에 맥주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맥주 평론가인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정열적인 연구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세상 사람들은 경이로운 벨기에 맥주의 세계에 깊이 빠져 들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맥주는 유럽의 작은 나라인 벨기에를 대표하는 수출상품이 되었다. 벨기에에서 주조되는 맥주의 50%만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고, 50%는 미국, 유럽, 일본, 오세아니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수도원 안에 있는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트라피스트 맥주나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람빅맥주 또는 지역 특성에 맞는 개성적인 맥주인 스페셜 맥주는 좀처럼 구하기 어려워 현지에서 본고장의 맥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벨지안 비어 투어(Belgian beer tour)가 성행하기에 이르렀다.

벨기에 맥주 전문점의 브랜드를 개발하는 작업은 컨설팅 기간 막판까지 현안으로 남아 있었다. 몇가지 후보 브랜드로 BI(Brand Image) 작업을 진행해야 했으니 에너지 소모가 말이 아니었다.

몇 개의 후보 브랜드도 100여 가지의 예비 브랜드에서 추린 것이었다. 브랜드 개발은 고행의 연속이었다. 벨기에 맥주 문화와 관련된 자료, 기존의 벨지안 비어 카페 이름 등을 수집한 자료는 분류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갔고, 회사 내에서 브랜드 회의라는 말만 나와도 직원들은 얼굴을 찡그릴 지경이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이럴 경우 필자는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쉽고 편하고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해당 주제에 대해 그 때까지 축적된 지식을 활용하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브랜드는 ‘벨고’(Belgo)였다. 벨고는 ‘고 벨지움’(Go Belgium)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벨기에 맥주 애호가에게는 일종의 설레임이 된다는 것이 선정이유였다.

벨고의 캐치 프레이즈도 “맥주 애호가들의 천국'(Beer Advocate's Paradise)로 확정되었다. 벨기에 맥주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맥주 애호가들의 천국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결국 벨고는 ”맥주 본고장으로 떠나는 즐거운 여행“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브랜드가 확정되자 BI작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로고체는 고딕체를 활용해서 제작되었고 중세 수도원을 테마로 하는 엠블럼도 완성되었다. 중세 수도사들의 기도와 노동의 산물로서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벨기에 맥주. 지상최고의 맥주를 취급하는 벨기에 맥주 전문점 벨고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준비가 이렇게 진행된 것이다.

[문의] 한국창업개발연구원 (02)50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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