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택 경기를 둘러싸고 논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월 통화정책 발표문에서 "주택시장에서 안정화 신호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주택경기의 회복 가능성에 처음으로 무게를 둔 이후 더욱 그렇다. 연준의 긍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주요 주택지표들의 방향성은 왔다갔다하고 있어 `연준의 판단이 과연 맞나`하는 월가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어제와 오늘 이틀새 나온 주택 관련 주요 지표들만 봐도 이런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주택건설업체들의 체감경기를 가늠하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2월 경기신뢰지수는 4개월 연속 상승하며 작년 6월 이후 8개월 최고치에 올라섰다.
월가는 이 수치를 보고 연준의 판단과 일치하는 결과라며 반겼다.
미국 149개 주요 도시중 무려 49%의 지역에서 집값이 떨어졌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인데, 해석은 엇갈렸다.
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리어는 "많은 사람들이 작년 4분기 주택 가격이 바닥을 찍었고, 올 하반기엔 상승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작년 4분기 집값 하락이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계의 잇단 감원으로 상처를 입은 중서부와 그동안 급등했던 서부해안지역 등이었다는 점에서 바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근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며 16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의 악재로 작용했던 1월 신규주택착공건수도 논쟁거리로 부각됐다.
1월 신규주택착공건수는 전월대비 14.3% 급감한 연율 140만8000채(계절조정)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1997년8월 이후 최저치로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인 연율 160만채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모간스탠리의 데이비드 그린로는 "신규주택착공건수가 연율 140만채를 기록했다는 것은 주택경기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증거"라며 "이런 추세라면 올 상반기내 주택재고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밀러 타박의 채권시장 수석 전략가인 토니 크레센지도 "신규주택착공건수의 급감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날씨에 영향을 받았다"며 "주택착공허가건수가 신규착공 보다 훨씬 덜 감소했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션 리지덴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차드 무디는 "1월 신규주택착공건수 급감을 전적으로 날씨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1월중에 건설중인 주택이 120만채라는 점을 들어 "새로운 공급물량이 여전히 상당한 만큼 주택시장은 악화 추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