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마시게 하고, 각목으로 폭행…지옥같은 보육원[그해 오늘]

  • 등록 2024-01-19 오전 12:05:00

    수정 2024-01-19 오전 12:05:00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7년 1월 19일, 경기도 여주시의 한 보육시설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보육교사 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0년 동안 은폐된 끔찍한 학대

보육교사 A(40)씨 등은 지난 2008년부터 여주시 소재 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보육원에 근무하면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적장애 3급 아동을 포함한 10대 원생 40여 명을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하거나 기합을 주는 등 학대했다.

이들은 어린이들을 각목과 가죽 벨트 등으로 폭행하고 오줌을 마시게 하는가 하면 속옷만 입힌 채 밖으로 내모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학대해왔다.

이들 중 일부는 장시간 동안 이어진 체벌, 구타 중 자신들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바셀린을 바르고 장갑을 끼거나, 손에 손수건을 두른 뒤 빗자루, 각목을 사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은 2016년 8월 경찰이 제보를 받아 수사에 나서면서 수면위로 드러났다.

교사들의 학대가 10년간 은폐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보육원의 폐쇄적 환경, 낮은 인권의식,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해당 보육원은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로 교사 방 1개, 어린이방 4개, 거실, 화장실, 주방 등 9개의 생활관으로 이뤄져 있다. 보육원에 머무는 아동 90여 명은 각 생활관에서 10명가량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교사는 모두 18명으로 생활관 당 2명씩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했으며 교사 대부분은 생활복지사 2급 자격을 보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들은 이 교사들의 지도하에 각자의 생활관에서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분담하며 생활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형식적인 행정..벼랑으로 내몰린 아이들

이처럼 외부의 관심이 각별히 필요했던 보육원은 관리·감독을 맡은 여주시가 형식적인 행정을 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주시는 2016년 6월, 11월, 12월 세 차례 이 보육원에 대한 지도 점검을 나섰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6월 지도점검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구속기소된 보육교사 1명은 지난 2015년 아동학대 행위 일부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개인의 우발적 범행으로 처리돼 다른 보육교사들의 학대행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에 보육원 전반의 낮은 인권의식까지 겹치면서 어린이들은 벼랑으로 내몰렸다.

피해 아동 가운데 일부는 자해, 가출 등 나름대로 저항을 했고, 보육원 내 상담교사는 상담과정에서 이런 학대행위가 있던 정황을 일부 파악했지만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한 보육생은 “너무 많이 맞고 힘들어서 자살을 결심하고 자해했는데 병원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보육원에서 퇴소당했다”며 “엄마의 학대로 오게 된 곳에서 또 학대를 당했다. 분노조절장애, 우울증이 한 번에 생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부족한 보육 시설에 갈 곳 없는 아이들


취약계층 영·유아들이 머무는 보육원에서는 아동학대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한다.

무엇보다 보호자가 부재하다 보니 강력한 처벌을 요구할 주체가 불분명하다. 일반 가정의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부모 등이 즉각 문제를 삼지만 보육원 아이들은 당국이나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처벌이 용의치 않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옮길 마땅한 시설이 없는데다 개별적으로 거처를 옮길 경우 보육원 아이들 간에 간신히 형성된 가족관계가 깨지는 문제점도 적극적인 처벌을 주저하게 만든다.

위 사건의 보육원 역시 아동학대가 확인돼 6개월 이내 사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아야 하나 아동들을 전원시킬 보육시설이 없는 점, 아동들이 서로 함께 생활하기를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당시 검찰은 시설 유지를 여주시에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설 내 학대도 계속 일어나고 그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있다”면서 국가가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예산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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