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이 2010년 말 육군 제3사단장 재직 시절 만들었던 ‘백골용사의 다짐’ 구호입니다. 당시는 김정일이 생존해 있던 시기로, 김정일 사망 이후에는 “쳐부수자 북괴군, 때려잡자 김정은”, “김정은은 미친개, 몽둥이가 약!!!”, “부관참시 김일성·김정일, 능지처참 김정은”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문구들은 부대 곳곳에 걸렸고 장병들은 회의나 식사, 점호 전에 이 구호를 외쳤다고 합니다. 당시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로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했습니다. 이같은 구호가 최전방 부대들에 나붙자 북측은 갖가지 비난을 쏟아내며 남측을 위협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사죄를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장병들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시킬 것”
신 장관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호전적 구호를 만든데 대해 “말과 구호의 힘이 굉장히 중요하다. 군인은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관, 대적관, 군인정신이다. 정치 환경에 따라 북한과의 관계가 변하지만, 군은 군 고유의 역할이 있다.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다”라고 설명한바 있습니다. 군의 정신전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얘기입니다.
|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해야 하는 우리 군 장병들에게 첨단 무기체계와 함께 꼭 필요한 것이 강한 정신전력이라는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군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국방의 고위직 인사들이 반복적으로 확고한 대적관과 군인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전력 강화 목표는 군통수권자와 군 고위직위자들이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국군 장병들과 소통할 수있는 교육 콘텐츠(Contents)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장병들의 대적관 교육이나 자유민주주의 수호 정신 교육은 어떨까요. 군 홍보 매체를 중심으로 국방TV 영상을 시청하거나 국방일보를 윤독하는 수준입니다. 당연히 신세대 장병들 사이에선 지루하다는 반응입니다.
군생활 소통 커뮤니티 ‘마편’의 익명 게시글 가운데 어느 군인의 정신전력교육 소감은 이랬습니다.
“1년 6개월동안 들으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일과도 안하고 앉아서 교육들으니깐 좋다는 생각이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다 비슷한 내용, 별로 와닿지도 않았습니다.”
|
총사령관 처럼 ‘응징’ 강조하는 국방장관
이에 더해 간부들의 복지와 근무여건 개선 예산도 제한적으로 반영됐습니다. 국방부는 당초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짜면서 초급간부 처우 개선 명목으로 5620억원을 요청했지만, 예산 당국은 ‘고강도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1998억원만 반영했습니다.
이에 따라 월 16만원인 간부 주택수당 인상이나 초급간부들의 휴일·야간근무수당 신설(1135억원)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성과상여금 추가예산(400억원)도 반영되지 않았고, 간부훈련 급식비로 753억원을 요구했지만 133억원만 반영됐습니다. 평일 1만원인 당직근무비를 3만원으로 인상하는데 쓰일 예산(1103억원) 역시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공무원의 경우 당직수당은 평일 3∼5만원, 휴일 6∼10만원 가량입니다.
신 장관은 취임 직후 첫 일정으로 합참 전투통제실을 방문해 전군 주요직위자 화상회의(VTC)를 주관하면서 “응징이 억제고, 억제가 평화라는 생각으로 만약 적이 도발하면 첫째, 즉각 응징하라. 둘째, 강력히 응징하라. 셋째, 끝까지 응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인들은 오직 적과 싸워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훈련하는데 전념하라”며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이는 장관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군령권을 총괄하는 합참의장이 옆에 있는데도 ‘총사령관’ 같은 강경 발언을 하는게 문민정부 국방 수장으로서의 언사로 적절한지는 이견이 있습니다. ‘교육훈련 매진’과 ‘전투준비 전념’ 등과 같은 당연한 얘기말고, 그 같은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라는 군정권 개념의 장관 직무 수행을 기대합니다. 군에 올 청년들이 급감하고 있고, 간부들이 군대를 떠나려하거나 아예 오지 않으려 합니다. 젊은 인력들이 군대로 오지 않는다면 강한 전투력의 군대는 있을 수 없습니다.